어린이세상
  •  [문예상/산문]이웃 사랑
  • 어린이동아 취재팀
  • 1997-09-18 13:55:00
  • 인쇄프린트
  • 글자 크기 키우기
  • 글자 크기 줄이기
  • 공유하기 공유하기
  • URL복사

[문예상/산문]이웃 사랑

“룰루랄라.” 내일 극기 훈련을 간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한참 기분이 좋았는데 어머니가 심부름을 시켰다. 하지만 밖에는 심술궂은 해님 아저씨가 나를 약올리고 있었기에 더욱 가기 싫었다. 그렇지만 나는 끝내 어머니의 설교를 듣고 심부름을 하게 되었다. 내가 하기 싫은 걸 하게 된 이유는 그 심부름이 별것 아니기 때문이었다. 씨씨클럽에서 어제 산 바지를 바꿔오는 것이었다. 씨씨클럽이라면 우리집에서 엎어지면 코닿을 듯한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도 내가 괜한 심술을 부린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밖에 나와보니 너무 더웠다. “어휴, 왜 이렇게 덥담. 바지 만드는 사람들은 왜 바느질을 제대로 못해서 죄없는 나를 못살게 구는 거야. 휴, 정말 밉다.” 이렇게 투덜대는 동안 나는 벌써 가게 안에 들어와 있었다. “언니, 안녕하세요? 저 어제 바지를 샀는데 바느질이 안돼서 바꾸러 왔어요. 같은 사이즈로 바꿔주세요.” “어머, 그러니? 두 번 오게 해서 미안하구나.” 이러는 사이에 옷가게 안엔 어떤 할아버지 한 분이 상추와 고추 등 여러 가지 야채가 가득 담긴 봉지를 양손으로 주렁주렁 여러 개를 갖고 와서 매점 언니에게 “아가씨, 이거 무공해 야채예요. 요즘 이 정도에 1천원이면 싸다우. 좀 사주시오. 한 봉지에 1천원밖에 안해요. 이것 좀 사주시구려.” 하면서 했던 말을 계속 반복했다. 하지만 매점 언니는 인정도 없는지 “저희는 집에서 밥먹는 시간보다 나와서 때우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이런 것은 먹을 사람도 없고 쓰레기만 되거든요. 죄송해요, 할아버지 얼른 나가주세요.” 하며 할아버지한테 냉정하게 대했다. 언니의 그런 태도가 너무 슬펐다. 할아버지가 왠지 측은하고 불쌍하게 보였다. 하지만 언니만 탓할 일이 아니란 걸 잘 안다. 그때 내 바지주머니 속에도 1천원짜리 지폐 한 장이 꼬깃꼬깃 접혀서 갑갑하다는 듯 있었으니까. 나도 그때 할아버지의 야채를 사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끝내 용기를 내지 못했다. 조금의 용기만 있었더라면…. 많은 후회가 되었다. 이것이 변명이라고 믿지 않는다 해도 나는 할 말이 없다. 나도 역시 냉정한 우리 나라 사람 중의 한 사람이었으니까. 집에 오는 길에도 그 할아버지께 죄송하다는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이번 잘못을 길이길이 생각하며 반성해서 오는 겨울 자선냄비에 따뜻한 손길을 여러 번 보내며 정성어린 마음으로 기도할 것이다. 아픈 이웃을 낫게 해 달라고, 형편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갖게 해 달라고…. 조선애/서울 오류교 6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권지단
  • 댓글쓰기
  • 로그인
    • 어동1
    • 어동2
    • 어동3
    • 어동4
    • 어솜1
    • 어솜2
    • 어솜3

※ 상업적인 댓글 및 도배성 댓글, 욕설이나 비방하는 댓글을 올릴 경우 임의 삭제 조치됩니다.

더보기

NIE 예시 답안
시사원정대
  • 단행본 배너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