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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동화]오해야! 오해!
  • 어린이동아 취재팀
  • 1997-09-02 11: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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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오해야! 오해!

“야, 지혁이 엄마 또 학교에 오셨다.” “그래? 또 교실에 왔다 가겠지?” “그럼, 학교에 왔다가 그냥 가겠냐?” “씨이, 만날 학교에 와가지고 담임 선생님을 찾아오니 우리 같은 아이들은 늘 찬밥 신세지, 뭐.” “야, 지혁이 들어온다.” “오면 어때? 뭐, 우리가 안 하는 걸 말했니?” “너네들 뭐하니?” “으응, 그냥….” “너네들 또 내 흉봤구나?” “뭐어….” “만날 날 그렇게 따돌리기만 하고….” 지혁이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는지 화가 나서 얼굴이 벌개지면서 화를 참지 못해 씩씩거리면서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 지혁이는 가끔 이런 일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어머니가 학교 운영위원이 되셔서 학교에 자주 나오는 것을 아이들이 이렇게 선생님을 자주 찾아본다고 흉을 보는 것입니다. 지혁이는 이런 것이 몹시 못마땅해서 아이들과의 관계가 늘 서먹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서 이런 소리를 들은 날은 집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곤 합니다. “엄마, 이제 학교에 오지 마.” “왜? 엄마가 학교에 가고 싶어서 가는 것이 아니잖니?” “글쎄 아이들이 자꾸 엄마가 선생님을 찾아다닌다고 흉을 본단 말이야.” “얘는? 흉을 왜 보니? 내가 뭐 봉투나 들고 선생님을 찾아 다니는 것도 아니고, 학교 운영위원이다 보니 회의에는 참석하여야 하지 않니?” “그래도 아이들이 놀리는 것이 싫단 말이야.” “얘들도 차암. 내가 뭘 어쨌길래 그렇게 흉을 본단 말이냐?” “엄마가 학교에 왔다 가는 날이면 언제나 아이들이 저희들끼리 모여서 내 흉을 본단 말이야.” “뭐라고들 하는데?” “엄마가 선생님을 찾아와서 내가 선생님의 귀여움을 받는다는거지, 뭐.” “뭐야?” “늘 아이들이 그런단 말이야.” “니네 선생님에게 한 번도 인사를 따로 한 적이 없는데? 왜 아이들이 그런 말을 한데니?” “내가 알아? 만날 아이들이 수군거리는 것이 싫단 말야.” “참 알 수 없는 일이네? 나는 선생님을 찾아가서 우리 지혁이를 잘 봐달라고 부탁을 한 적도 없고, 또 그럴 마음도 먹어 보지 않았는데. 오히려 선생님은 학교에 왔다가 교실에도 한번 오시지 않는다고 ‘지혁이가 공부하는 모습이 궁금하지도 않느냐?’고 하시는데 무슨 소린지 모르겠구나?” “아무튼 아이들이 자꾸 그런 소릴 하는 게 싫단 말야.” “그럼 어떻게 해야 하니? 그렇다고 학교일을 의논하는 운영위원이 되어 가지고 회의 때마다 빠질 수도 없고….” “이젠 엄마가 학교에 오는 게 보이면 나는 그냥 교실에서 달아나고 말 거야.” “얘, 지혁아, 넌 그게 잘하는 짓이라고 생각하니?” “그래도 놀리는 것이 싫단 말야. 난 엄마가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잘 할 수 있는데, 오히려 엄마가 학교에 자주 오니까 아이들에게 이상한 눈으로 보이는 게 싫단 말야. 그럼 차라리 전학을 시켜줘.” “큰일났네. 내가 학교일을 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우리 학교가 새로 생긴 학교라서 누가 무엇을 하고 사는지도 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날 학교 운영위원이라고 뽑아 놓고서 학교일을 의논하는 자리에 참석을 해 달라는 것인데, 네가 그렇게 아이들의 놀림감이 된다면 내가 학교에 자주 갈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까?” 묵묵히 저녁을 들고 계시던 아버지께서 조용히 수저를 놓으시면서, “거 야단이구만. 요즘 아이들은 왜 그렇게 영악한지. 학교 회의에 갔다가 잠시 교실에 들러서 선생님께 인사만 하고 돌아와도 선생님께 아부한다고 흉을 보는 모양이구만. 쯧쯧….” 하시면서 기분이 언짢으신 표정입니다. 지혁이는 이때다 싶어서 아버지께 매달리며 어리광을 부리듯, “아빠, 난 정말 아이들이 놀리는 게 싫단 말이에요. 한두 번도 아니고….” “그럼, 어떻게 해야겠니?” “엄마가 학교 회의에 안 나오시면 되죠, 뭐.” “지혁아, 사람이 책임을 맡았으면 책임을 다하는 게 도리가 아니겠니?” “그렇지만 아이들이 놀리는 건 정말 싫어요. 내가 뭐 선생님이 봐줘서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내 스스로 잘 할 수 있는데, 왜 아이들에게 그런 소릴 들어야 하는지 기분이 나쁘단 말이에요.” “지혁아, 그럼 뭐 걱정할 것이 없구나. 네가 자신이 있다면 그깟 소리에 뭐 기가 죽니? 당당할 수 있잖아?” “그래도 아이들이 그런 소릴 하면 기분이 좋은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래, 그건 그렇구나. 그러나 아빠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데? 네가 정말 당당할 수 있다면 그까짓 소릴 하는 아이들을 무시해 버려도 되지 않을까?” “아빠는 어른이니까 그렇게 생각을 하시지만 나는 아직 어린이지 않아요.그런 소릴 들으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는걸요.” “그렇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겠지만, 내가 생각할 때는 네가 좀더 자신감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그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대하면 이제 더 아이들이 놀리지는 않을 것 같은데….” “정말 그럴까요?” “그럼, 아이들은 놀려도 아무 반응이 없으면 재미가 없어서 놀리지 않는 법이란다.” “그게 정말이에요?” “그럼, 아빠가 고등학교 시절에 한 친구를 골탕먹이는 것을 본적이 있었는데, 그 때 그 친구도 아무렇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화를 내니까 아이들이 그 모양이 우스워서 웃음을 터뜨리게 되었고, 그 친구는 아이들이 한꺼번에 웃어 제끼는 게 화가 나서 길길이 뛰었지. 그러니까 더 놀림감이 되고 말았단다. 영영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졸업을 하였지.” “그럼, 저도 그렇게 아이들의 놀림을 잘못 받아들이면 외톨이가 되겠네요?” “그래, 그래서 친구들을 잘 이해할 줄 알아야 하는 거야.” “그렇지만 엄마가 자주 학교에 와서 선생님을 찾아뵙는 일이 제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 그럼 우리 아들이 학교에서 아주 당당할 수 있다는 것이니 얼마나 좋으냐? 이제는 아이들이 놀리더라도 화를 내지 말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렴. ‘우리 어머니는 회의에 나오신 것이지 선생님을 찾아온 것이 아니다’고 말이다.” “네, 아버지. 그럼, 자신이 생기네요.” “그래, 우리 지혁이는 참 용기가 있고, 자랑스런 나의 아들이구나.” “감사합니다. 용기를 잃지 않겠습니다.” 지혁이는 안심을 하겠다는 듯이 명랑한 얼굴이 되었습니다. 김선태 지음 ▼약력▼ △43년 전남 보성 출생 △63년 삼남교육신보 신춘문예 당선 △96년 한국아동문학작가상 수상 △현재 한국문인협회 이사, 경기 고양시 용정초등학교 교감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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