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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예상 장원/산문]쓰레기장
  • 어린이동아 취재팀
  • 1997-09-02 1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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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이 떨어진다. 나는 집을 향해 달렸다. 골목 모퉁이를 도는 순간, 나는 버려진 책상 다리에 걸려 쓰레기 더미 위로 넘어졌다. 지독한 냄새가 났다. 옷에도 더러운 것이 많이 묻었다. 그 곳엔 온갖 쓰레기들이 널려 있었다. 나는 화가 나서 세워진 쓰레기 봉지를 발로 걷어찼다. 봉지가 터지면서 쓰레기가 이리저리 흩어졌다. 나는 투덜거리면서 집으로 왔다. 그리고 어머니한테 말씀드렸다. “다치지는 않았니? 그런데 골목에 누가 쓰레기를 자꾸 버려 걱정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쓰레기는 규격봉지에 넣어버려야 하는데 누가 보통비닐 봉지에 넣어 몰래버리는 것 같았다. 후드득, 후드득. 굵은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저녁 무렵 어머니가 아버지한테 우산을 갖다 드리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밖으로 나갔다. 가는 길에 낮에 넘어진 골목길을 조심해서 지나가야겠다고 생각하며 그 곳을 바라보았다. 낮에 내가 차버린 쓰레기 봉지 위로 누군가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 듯 쓰레기가 흩어져 있었다. 버려진 책상 다린 누군가가 걷어찬 듯 한쪽 다리가 부러져 있었다.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그날 밤 아버지가 “골목에 쓰레기가 자꾸 모여 쓰레기장 같다”고 하시자, 어머니는 “동네 아이가 쓰레기 더미에 걸려 넘어져 부서진 책상 다리에 얼굴이 찢어졌다”고 하시며 한숨을 내쉬셨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찔했다. 왜냐하면 그 쓰레기 봉지는 내가 낮에 걷어찬 것이기 때문이었다. 걱정이 되었다. 다음 날 아침에도 골목엔쓰레기가그대로있었다. 학교에 가서도 내내 그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다친 아이도 빨리 낫기를 바랐다. 수업을 마치자마자 나는 곧장 골목길로 달려갔다. 그런데 이상하게 쓰레기장 같던 골목이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곳엔 ‘우리 모두 교양있는 시민이 됩시다. 쓰레기는 지정된 장소에 버립시다.’ 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또 골목 양쪽으로 예쁜 화분이 여러 개 놓여 있었다. 마치 학교의 탐구학습원 같았다. 기분이 아주 좋았다. 그 뒤부터 그곳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신그림/대구 남산교 3 ▼심사평▼ 방학 중인 8월엔 글들이 소재도 내용도 다양해 좋았다. 장원으로 뽑은 ‘쓰레기장’은 생활문으로서 본보기가 될 만하다. 이웃 사람들이 골목에 몰래 버리는 쓰레기를 발로 걷어차고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과, 글쓴이가 느끼고 반성하는 내용이 감동을 주었다. 담임 선생님께 원망하던 마음이 사라진 ‘나는 바보’, 시골과 서울의 밤하늘 모습과 느낌이 다르다는 ‘별님은 서울을 싫어해’도 내용이 알찬 글이었다. 글에서 거짓말로 꾸미는 일, 너무 엄살을 떠는 일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못 준다. 엄기원(한국 아동문학 연구소장)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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