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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예상 후보 /산문]도마뱀
  • 어린이동아 취재팀
  • 1997-07-08 14: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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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상 후보 /산문]도마뱀

학교 공부를 마치고 다시 학원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막 대문 안으로 들어서려는데 뭔가 꼼지락꼼지락 하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별 대수로운 일이 아니려니 하는 생각으로 그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데도 자꾸만 무엇인가 꼼지락거리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마당으로 나갔다. 주위가 좀 어두웠지만 두리번거렸다. 그때 대문 바로 앞에 뭔가가 있는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리고 움츠리고 앉아 주위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내 가운데 손가락만한 새끼도마뱀이 수많은 개미들에게 잡혀서 끌려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나는 너무 놀랍고 무섭기도 해서 하마터면 ‘으아!아―악’하고 소리를 지를 뻔했다. 도마뱀도 징그러웠지만 개미떼들도 징그러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계속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도마뱀은 여전히 꼼지락거리면서 ‘살려줘, 살려줘’ 하고 애원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도마뱀을 살려주고 싶었다. 그러나 어떻게 살려줘야 할지 얼른 생각이 나지 않았다. 결국 내 능력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서는 도마뱀을 살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내 마음 속의 천사는 ‘살려줘야 해, 살려줘야 해’ 하고 말하고 있지만 마음 속의 악마는 ‘괜찮아. 도마뱀은 너랑 상관없잖아’ 하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마음 속으로 ‘힘내라, 도마뱀아. 넌 살 수 있어’ 하고 말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도마뱀을 구해주다가 개미떼한테 물리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이 들어 결국 도마뱀을 구해 주지 않았다. 방으로 들어왔다. 저녁을 먹으면서도 그 도마뱀 생각이 자꾸 났다. 평소에 수다를 떨던 나는 오늘만은 그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지금쯤 그 도마뱀은 죽었을까? 내가 도와 주었다면 살았을지도 모르는데…미안하다, 도마뱀아.’ 나는 속으로 후회를 하며 계속 중얼거렸다. 나는 지금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자꾸 죄를 지은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얼굴이 붉어지곤 한다. 〈 전나리/경북 문경 점촌교 5 〉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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