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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펭수 신드롬
  • 김재성 기자
  • 2019-12-19 18: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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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최근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는 펭수. EBS 제공


펭수의 사인회 현장 모습


[1] 턱시도를 입은 남극의 신사 ‘황제펭귄’은 천적(잡아먹는 동물을 잡아먹히는 동물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들도 추워서 떠나는 영화 50도 혹한의 계절을 골라 알을 낳아 수컷 발등에 올려놓고 발을 ㉠동동거리며 두 달 이상 품어 부화(동물의 알에서 새끼가 껍데기를 깨고 밖으로 나옴)시킨다. 암컷이 챙겨온 먹이를 수컷의 위벽에 보관했다가 ‘펭귄 밀크’로 먹여 기르는 지극정성도 유명하다. 남극이 고향이라는 요즘 대세 펭귄 캐릭터 펭수(Peng秀)도 이렇게 탄생했는지도 모른다. 펭수는 ‘꼬마 펭귄’ 뽀로로나 방탄소년단(BTS) 같은 스타가 되겠다며 헤엄쳐 한국에 와 오디션을 거쳐 EBS 연습생이 된 뒤 맹활약 중이다.


[2] 4월 초 EBS ‘자이언트 펭 TV’에 처음 등장한 키 210cm의 펭수는 최근 한 조사에서 월드 스타 BTS를 제치고 ‘올해의 인물’ 1위에 선정됐다. 펭수도 데뷔 후 첫 한 달은 구독자가 3000여 명으로 무명(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음) 시절을 보내다가 9월 EBS의 캐릭터가 모두 출연하는 육상대회인 ‘이육대’에 출연한 뒤 인기가 급상승했다. 16일 구독자가 136만 명을 넘었다. 인사혁신처의 ‘펑수’와 고양시의 ‘괭수’ 같은 ‘펭수 짝퉁’도 등장해 저작권 논란까지 일고 있다. 입사 신상명세서에 꿈을 ‘우주대스타’로 적은 것처럼 펭수가 미키 마우스, 디즈니의 공주, 바비 인형 같은 월드 클래스 캐릭터로 성공할지 두고 볼 일이다.


[3] 펭수의 폭발적인 인기는 1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까지 고르게 퍼져 있지만 특히 하고 싶은 말 다 못 하고 눌려 사는 직장인들을 대리 만족시키고 있다. “눈치 보지 말고 원하는 대로 살아라. 눈치 챙겨!” “어쩌라고!” “왜 해야 합니까 이걸”에 이르면 ‘반(反)꼰대(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을 비하하는 은어)’의 선봉장(일선에서 막중한 임무를 갖고 힘쓰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소속 EBS 사장 이름을 서슴없이 부르고 한 영화 오디션에 가서는 “저 여기 충무로 접수하러 왔습니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낸다. 회사 들어올 때 ‘근로계약서’ 썼냐고 물으니 “나 그런 거 없다. 내가 하기 싫으면 안 한다”고 한다. 존경하는 인물을 물으면 거침없이 “나 자신”이라고 쓴다. 요즘 같은 시기에 로망(실현하고 싶은 소망이나 이상)과 같은 장면들이다.


[4] 펭수는 훈계(타일러서 잘못이 없도록 주의를 줌)하기보다 위로한다. “힘이 들 때 힘내라고 하면 위로가 되느냐”며 “저는 사랑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해 지친 이들을 찡하게 만든다. 튀어야 하는 유튜브 생태계에서도 비속어나 비하 발언, 혐오 표현은 없다. ‘B급 병맛 코드’라는 당초 방송사 기획처럼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하다. 나이 열 살로 설정된 펭수를 세대를 가리지 않고 찾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잃어버린 것, 다시 찾고 싶은 것을 그의 말과 행동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동아일보 12월 17일 자 구자룡 논설위원 칼럼 정리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어린이동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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