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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생물 탐정이라 불러주세요”… 북극전문가 이유경 극지연구소 연구원
  • 장진희 기자
  • 2019-11-17 15: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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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전문가’ 이유경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1987년 무르만스크 선언 후 러시아가 북극을 개방하면서 세계의 북극 연구가 본격화됐죠. 우리나라도 2002년 북극에 다산과학기지를 설립하고 기후변화 등의 연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남극 세종과학기지는 알아도 북극에 있는 한국의 다산과학기지는 아직 낯설다. 북유럽 나라 노르웨이 북쪽의 스발바르 제도에 위치한 다산과학기지에서 우리나라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와 생물자원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유경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도 그중 하나. 그는 북극에 사는 식물과 미생물을 연구하는 생물학자다. 이 연구원은 과학자를 꿈꾸는 어린이들에 길라잡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에세이 ‘엄마는 북극 출장 중(에코리브르)’을 최근 출간했다.

그가 춥고 척박한 북극까지 간 이유는 무엇일까. 책 속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동아어린이기자 김시영 양(서울 양천구 서울양명초 4)이 이 연구원을 최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사옥에서 만났다.​


이유경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오른쪽)을 만난 동아어린이기자 김시영 양​. 사진=장진희 기자


북극의 미생물 파헤쳐요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지구가 뜨거워지지요?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동토가 녹으면 이곳에 사는 미생물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집니다. 문제는 미생물이 호흡하면서 다시 이산화탄소나 메탄가스 같이 해로운 온실기체를 마구 내뿜는다는 거예요.”

김 양이 “북극 땅과 바다에 사는 미생물을 연구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요?”라고 묻자 이 연구원은 “미생물이 우리나라 및 세계의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서다”고 답했다. 추운 날씨 때문에 북극에는 생물이 잘 살지 않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북극에는 5000여 종의 미생물이 산다. 어떤 미생물들이 왜 북극에 자리 잡고 살고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이 연구원과 팀원들의 임무다.

“어린이들은 ‘미생물이 많아지면 그냥 없애면 되는 게 아닌가’하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인간이 함부로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예측할 수 없어요. 바다의 작은 플랑크톤이 사라져 최상위 포식자인 고래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요.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에너지원을 찾는 것이 시급해보입니다.”​


스발바르 제도에 있는 북극 다산과학기지 전경. 이 연구원 제공



북극곰도 추위도 물리쳤어요

2003년 처음 북극 다산과학기지에 간 뒤로 이 연구원은 거의 매년 북극을 방문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365일 북극에서 지내는 것은 아니고 날씨가 비교적 온화한 여름에만 북극에서 탐사와 연구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20㎏짜리 배낭을 짊어지고 추운 북극을 탐사하는 것도 고생이지만, 더 두려운 것은 ‘북극곰’이다. 연구팀은 기지에서 반경 2㎞ 지역까지 걸어 다니며 미생물이 사는 흙과 바닷물 샘플을 채집한다.

이 연구원은 “북극 과학자들은 사격훈련을 받고 총을 소지한 채 탐사해야 한다”며 “멀리 떠내려 오는 얼음 조각을 보고 ‘북극곰이 아닐까’라며 가슴이 철렁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행히도 북극곰을 실제로 마주친 적은 없다고.

힘들게 채집한 샘플에서 새로운 ‘속’에 속하는 박테리아를 발견하기도 했다. 유전자(DNA) 분석을 통해 이제껏 발견된 적 없는 미생물임을 입증한 것. 다산과학기지에서 명칭을 따 속 이름을 ‘다사니아’라고 하고, 바다에서 나왔다고 해 종 이름은 ‘마리나’가 됐다.

“처음 북극에 갔을 때는 미생물을 채취하는 것조차 어려워서 애를 많이 먹었죠. 왜 미생물 연구를 계속 하느냐고요? 하루, 이틀이면 다 자라는 미생물을 가지고 얼마든지 다양한 실험을 많이 할 수 있어요. 그게 미생물 연구의 매력입니다.”


이 연구원이 북극에 사는 식물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화성 미생물도 접수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2020년 화성에 ‘마스 2020’을 보내 화성의 토양 시료를 가져온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이 연구원의 목표는 화성 토양에 있는 미생물이나 미생물이 남긴 DNA를 연구하는 팀에 합류하는 것.

눈이 휘둥그레진 김 양이 “화성에 정말 생명체가 존재한 흔적이 있는 건가요”라고 묻자 이 연구원은 “화성에 대기가 희박하더라도 박테리아 중에는 산소가 부족해도 살 수 있는 종이 있다. 과거 화성 지표면에 물이 흘렀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니 땅 속에 분명히 미생물의 흔적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엉뚱한 질문 던지기를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학자가 될 수 있었어요. 지구 밖 생명체의 존재를 밝힐 주인공은 지금의 초등생들이 될 겁니다. 자신감을 잃지 않으면 과학자가 될 수 있으니 학교 성적이 낮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꿈을 키우길 바라요.”​

▶어린이동아 장진희 기자 cjh062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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