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는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 앞. 브란덴부르크문은 독일 분단 시절 동서독을 가르는 경계선이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은 동서독 분단 당시 바로 앞에 *베를린 장벽이 설치돼 있어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었던 곳이다.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이 문이 바라보이는 옛 서독 지역에서 당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을 향해 “장벽을 허무시오”라는 유명한 연설을 했다. 미국 NBC 방송 앵커였던 톰 브로코는 1989년 11월 9일 장벽이 열리던 날 현장을 생중계한 유일한 미국 언론인이다. 그는 그날 밤 운 좋게 베를린에 출장 와 있었다. 브로코는 장벽 붕괴를 현장 중계하면서 고르바초프가 모스크바에서 탱크를 보낼지 모른다는 걱정을 반복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는 탱크를 보내지 않았다.
9일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30주년이 되는 날이다. 10주년 때 베를린은 장벽 인근의 국회의사당과 아들론 호텔 등 유서(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내력) 깊은 건물들의 재건(허물어진 건물을 다시 일으켜 세움)을 막 끝냈다. 20주년 때 베를린은 무인(사람이 없는) 완충지대였던 포츠담 광장 등에 초현대식 건물이 즐비하게 늘어서면서 유럽에서 가장 현대적인 도시로 변했고 라이프치히 등 다른 옛 동독 도시로도 개발의 기운이 퍼져갔다. 30주년에는 옛 동독에서도 동쪽에 위치한 드레스덴마저 복원을 끝내 제2차 세계대전 폭격 전의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드레스덴은 첨단 산업시설까지 들어서 독일의 동유럽 진출의 전진기지로 이용되고 있다.
독일이 통일 후유증을 극복하고 유럽연합(EU)의 선두 국가로 올라선 것은 2000년대 중반 무렵이다. 그때부터 물동량(물자가 이동하는 양)이 크게 늘었다. 독일을 자동차로 달려 보면 독일 전역의 고속도로에서 대대적인 보수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걸 목격할 수 있다. 옛 서독 구간만이 아니라 함부르크에서 베를린으로 가는 옛 동독 구간 등도 마찬가지다. 동독 출신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장벽 붕괴 30주년을 앞두고 “1990년 통일 당시 서독 지역의 43%에 불과했던 동독 지역 경제가 현재 75%까지 올라왔다”고 평가했다. 대단한 성공이지만 여전히 갈 길이 남았다.
독일을 취재하다 보면 옛 동독 사람들도 간혹 만나게 되는데 대부분은 여느 유럽 사람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개방적이지만 여전히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거리감이 느껴지는 사람도 있다. 독일인끼리는 잘 내색하지 않지만 그 차이를 더 예민하게 느낀다고 한다. 단순히 다른 지역에 사는 데서 오는 차이를 넘어 다른 체제를 산 데서 오는 차이일 것이다. 그 차이가 의외로 깊어 장벽 붕괴 이후에 태어난 세대가 주인공이 될 때에야 완전히 극복될 수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동아일보 11월 5일 자 송평인 논설위원 칼럼 정리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어린이동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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