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솔뫼초 VR 문화유산 탐방교육 현장
강용모 담임 선생님이 솔뫼초 4학년 2반 학생들에게 수업의 진행 방식과 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장진희 기자
"교실에 앉아 조선왕릉을 관람하다니! 역사 시간만 기다려요.”
교과서에서만 봤던 조선왕릉을 교실에서 가상현실(VR) 기기를 이용해 생생하게 답사할 수 있게 됐다. 문화재청, 경기도교육청, EBS 등은 경기도의 문화유산을 VR 콘텐츠로 제작하고 초등학교 수업 등에서 활용하는 사업을 최근 시작했다.
VR 기기를 착용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릉 중 동구릉(경기 구리시)으로 떠난 경기 의정부시 솔뫼초(교장 최봉선 선생님) 4학년 2반 학생들을 최근 찾았다. 동구릉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를 비롯한 조선의 일곱 왕과 그들의 왕비와 후비 등이 잠들어 있는 왕릉이다.
VR 기기를 착용하고 동구릉 왕릉을 둘러보는 어린이들
일일 해설가 되어볼까?
동구릉의 총 면적은 무려 196만 여㎡로 축구장(7140㎡) 약 270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아홉 개의 능에는 조선 왕과 왕비 17위(위패로 모신 분을 세는 단위)가 안장됐다. 태조가 잠든 건원릉이 동구릉을 대표하는 능이다. 직접 답사를 간다면 하루 만에 9능을 다 돌아보기 빠듯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동구릉으로 현장학습을 떠난 4학년 2반 학생들은 9능 중 일부 능만 방문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수업이 시작하자 강용모 담임 선생님은 “동구릉까지 갔지만 직접 보지 못해 아쉬웠던 능 1곳을 VR 기기를 이용해 방문하고 각 능의 주인과 그들에 얽힌 이야기, 능의 특징 등을 알아보자”고 설명했다.
수업은 2명이 한 팀이 되어 한 학생은 자신이 현장학습 때 가본 능에 대해 해설하고, 나머지 학생은 VR 콘텐츠를 통해 가상현실 속 능에 방문한 뒤 해설사 학생에게 궁금한 점을 물으며 능의 특징을 익히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손님 역할을 맡은 학생들이 고글처럼 생긴 VR 기기를 착용하자 교실 이곳저곳에서 “우와!”하는 탄성이 들려왔다. 고글을 쓴 어린이들이 고개를 이리 저리 움직이며 왕릉을 좀 더 다양한 각도에서 보고자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VR 기기를 착용하니 현장에서는 울타리로 가로막혀 갈 수 없는 무덤 바로 앞까지 다가갈 수 있어서 좋았어요.”(황서연 양)
동구릉의 경릉 혼유석에 총탄 자국에 남아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VR 영상. EBS 제공
원릉의 쌍릉을 보여주는 영상
실제보다 더 실제 같아!
“경릉의 혼유석에 6·25 전쟁으로 생긴 총탄의 흔적이 남아있네!”
조선 제24대 왕인 헌종의 능을 가상 세계에서 방문한 황 양이 같은 팀의 해설사인 전지아 양에게 이렇게 말했다. 전 양은 “혼유석은 죽은 자의 영혼이 앉을 수 있도록 만든 석물(돌로 만든 물건)”이라며 “혼유석 말고 능 앞의 무인석(무신을 의미하는 사람 모양의 석상)에도 전쟁의 흔적이 남았다”고 설명했다.
VR 기기를 쓴 채 가상현실 속 원릉에 다녀온 유승원 군은 “영조가 묻힌 원릉은 두 개의 무덤이 나란히 붙어 있는 ‘쌍릉’이구나”라고 말했다. 유 군은 “영상에서 친절한 설명이 함께 나와서 원릉에 조선 제21대 왕인 영조와 그의 두 번째 왕비인 정순왕후 김 씨가 묻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해설사를 맡은 양희태 군은 “영조는 백성들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몸소 검소한 생활을 했던 어진 왕”이라고 해설했다.
다양한 감각 자극하는 VR 나올까?
VR 기기로 동구릉에 다녀온 초등생들은 “다른 어린이들도 이 프로그램을 체험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정미애 양은 “지방에 살아서 경기도까지 올라올 기회가 많지 않은 어린이들이 VR로 동구릉에 방문해본다면 조선 왕과 그들이 세운 업적에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준후 군은 “공사 등으로 실제로 보기 힘든 능을 VR로는 얼마든지 방문할 수 있다”며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이나 외국인을 위한 콘텐츠”라고 전했다.
“실제로 능을 감상할 때는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따뜻한 햇빛, 선선한 바람 등이 어우러져 다양한 감각을 자극했어요. VR 기기로 동구릉을 볼 때는 그런 점이 충족되지 않아 아쉬웠어요. 나중에는 자연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VR 기기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장재윤 군)
▶어린이동아 장진희 기자 cjh062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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