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 문자와 서로 통하지 아니하니 (중략) 사람마다 하여금 쉽게 익혀 날로 씀에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훈민정음 서문 현대어 번역-

10월 9일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든 날을 기념하는 한글날이다. 한글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든 날과 만든 사람을 정확히 아는 글자다. 한글은 세종이 만든 소리글자로 입술, 혀, 목구멍 등 발음기관의 모양을 따서 만들어 매우 과학적이다. 한글은 이제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로 뻗어 나가 사랑받는 글자가 되고 있다. 글자가 없는 민족에게 한글이 보급되고 한글을 디자인으로 활용한 글로벌 브랜드도 늘고 있는 것.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를 넘어 널리 전 세계인을 이롭게 하는 글자로 성장하고 있는 한글을 만나본다.​


한글을 배우는 찌아찌아족 학생들. 동아일보 자료사진

한글이 지킨 부족어

인도네시아 부톤섬 바우바우시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은 10년 전 한글을 부족어 표기법으로 채택했다.

여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 인도네시아에는 700여 개의 언어가 다양하게 사용되었지만 인도네시아어가 공용어로 선정된 뒤 지역마다 있는 부족어가 빠르게 자취를 감춰왔다. 찌아찌아족이 사용하는 찌아찌아어는 언어는 있었지만 이를 표기해 기록할 글자가 따로 없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찌아찌아족은 우리나라 훈민정음학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10년 전 한글을 부족어 표기법으로 선택했다. 익히기 쉽고 다양한 말소리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한글의 특징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 이들은 인도네시아어로 수업을 받지만 찌아찌아어는 한글 표기법으로 배운다. ‘안녕하세요’라는 의미의 찌아찌아어를 ‘마엠 빠에 을렐레’로 쓰는 식.

한글을 배우고자 하는 찌아찌아족은 계속 느는 추세지만 이를 가르칠 교사는 부족한 실정이다. 9년 전에 파견된 한글 교사 정덕영 씨가 찌아찌아족 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한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들이 늘면서 일상에서의 한글 사용도 느는 추세다. 찌아찌아족이 사는 바우바우시의 거리에는 한글 간판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지난달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 '서울 365-한글박물관 패션쇼'에서 모델들이 한글이 수놓아진 의상을 입고 워킹하고 있다. 뉴시스

한글, 아름답죠!

한글은 고유의 모양새로도 사랑받는다. 한글이 디자인 분야에서도 최근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

지난 7월 패션의 도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한글 패션을 테마로 한 전시가 열렸다. 밀라노 패션 박물관 팔라초 모란도에 다양한 한글 서체를 활용한 국내 디자이너들의 옷이 초청돼 전시된 것. 팔라초 모란도 박물관은 밀라노시가 직접 운영하는 곳으로 수준 높은 패션 관련 전시를 선보이는 곳이다. 전시된 옷들은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반복적으로 나열해 화려하고 다양한 패턴을 자랑했다. 이 박물관에 초청받은 옷들은 지난달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 ‘서울 365-한글박물관 패션쇼’에서 국내 관람객들에게 선보여지기도 했다.

지난 8월에는 이탈리아 명품 남성복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가 처음으로 한글을 넣은 옷들을 내놓았다. 한글이 체크 패턴과 유사하게 적용되었으며 일부 제품에서는 ‘에르메네질도 제냐’라는 글자가 그대로 보이기도 한다. K팝 열풍으로 한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이를 디자인으로 활용한 제품을 만든 것.

아디다스,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도 한글을 디자인에 차용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한글날을 기념해 울트라부스트 모델에 울트라부스트라는 한글 로고를 새겼다. 글씨체는 훈민정음의 서체를 따라 해 고전적인 매력을 더했다. 애플은 무선이어폰 제품인 에어팟 케이스에 한글을 적용했다. ‘푸쳐 핸접(손을 들어라)’ ‘쿵짝’ 등의 한글이 디자인으로 활용돼 애플 에어팟 광고에 등장했다.​


애플 에어팟 광고의 한 장면. 유튜브 동영상 캡처

▶어린이동아 이지현 기자 easy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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