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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금님은 출출할 때 뭘 드셨을까?… 경복궁서 ‘왕의 야참’ 즐겨보니
  • 최유란 기자
  • 2019-09-25 13: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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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소주방에서 즐기는 ‘궁중야별참’

지난 23일 저녁 굳게 닫혀있던 경복궁 소주방에 불이 켜졌다. 경복궁 중앙 왕과 왕비의 침전인 강녕전과 교태전 바로 옆에 위치한 이곳은 조선시대 왕실 음식을 만들던 곳. 흔히 ‘수라간’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곳에 손님들이 하나둘 들어서자 소주방 숙수(음식을 만드는 조리사)와 궁녀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기 시작했고 곧 손님들 앞에는 정갈한 다과상이 놓였다. 조선시대 우리나라를 다스렸던 ‘임금님’이 먹던 야참을 차려낸 것.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한국문화재재단은 다음 달 5일까지 서울 종로구 경복궁 소주방에서 ‘수라간 시식공감’ 행사를 진행한다. 경복궁 야간특별관람 기간과 맞물려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궁중야별참’을 주제로 궁궐의 부엌인 소주방에서 왕실의 다과와 궁중음악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행사가 열리는 소주방은 지난 2015년 복원됐으나 관련 행사가 있을 때가 아니면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곳이라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깊어지는 가을밤, 경복궁 소주방에서 즐기는 ‘왕의 야참’은 어떨까. 지난 23일 현장을 찾았다.



지난 23일 경복궁 소주방을 찾은 한 가족이 왕골 방석에 앉아 나주소반 위 야다소반과를 즐기고 있다. 사진=최유란 기자


임금님은 하루 식사만
다섯 번?

‘삼시세끼’라는 말이 널리 쓰이는 것처럼 현대인은 일반적으로 하루에 세끼 식사를 한다. 그러나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달랐다. 궁중에서는 예로부터 이른 아침의 ‘초조반’을 시작으로 아침 ‘조반’, 점심 ‘낮것상’, 저녁 ‘석반’과 밤에 먹는 ‘야참’까지 모두 다섯 번의 식사를 왕에게 올렸다. 우리에게 야참은 출출할 때 먹는 선택의 대상이지만 임금님에겐 매일 당연히 먹는 한끼 식사였던 것.

궁중에서 먹는 야참은 ‘야다소반과’로도 불렸는데 주로 계절과 절기에 맞춘 죽과 떡, 한과, 차 등의 궁중병과로 구성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가을에 맞는 야다소반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특별한 야참이 왕실 진상품(임금에게 바치는 물품)이었던 나주소반(작은 상) 위에 차려졌으며 역시 진상품이었던 왕골 방석도 마련됐다. 여기에 다과와 함께 음미할 수 있는 궁중음악 공연도 펼쳐져 그야말로 ‘왕의 야참’에 걸맞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지난 23일 ‘수라간 시식공감’ 행사에서 선보인 야다소반과. 조선시대 왕에게 올리던 야참을 가을에 맞춰 현대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맛만 좋으면 끝? 보기도 좋아야지

나주소반 위엔 2단 목기찬합(층층이 포갤 수 있는 나무 그릇)과 찻잔, 수저가 놓여 있었다. 찬합을 열자 호두정과(호두의 쓴맛을 뺀 뒤 설탕과 물엿으로 조려낸 것)와 곶감, 연근부각(연근을 얇게 썰어 데친 뒤 말려서 기름에 튀긴 것), 다식(각종 가루를 꿀로 반죽해 다식판에 박아낸 것) 그리고 오징어오림(오징어를 다양한 모양으로 오린 것)이 보였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중앙에 놓인 오징어오림이었다. 오징어를 마치 꽃처럼 정교하게 오려내 음식인지 장식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부처님 손’ 모양으로 오려져 있던 곶감과 나뭇잎 모양의 다식 역시 시선을 사로잡기는 마찬가지. 여기에 뜨거운 물을 붓자 찻잔에서는 노란 국화꽃이 피어났다. 같은 것을 먹어도 맛은 물론 멋까지 신경 쓰는 궁중음식의 특징을 실감할 수 있었다.


목기찬합 위 꽃 모양의 오징어오림, 나뭇잎 모양의 다식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왕실 최고 보양식이
탄핵의 이유가 된 사연

찬합의 아래쪽에는 임금의 탄신일에 반드시 올렸다는 두텁떡(쌀가루를 간장으로 간을 한 궁중의 대표적인 떡)과 오늘날 추석에도 즐겨 먹는 삼색 송편이 놓여 있었다. 또한 우유와 쌀로 만든 따끈한 타락죽도 곧 다과상에 올려졌다. 타락죽은 명종의 외삼촌으로 영의정까지 올라 거대한 권력을 행사했던 윤원형이 자신의 집에서 타락죽을 만들어 먹자 훗날 신하들이 그를 탄핵할 때 ‘타락죽 남용죄’를 이유로 들 정도로 귀한 조선 왕실의 대표적인 보양식이었다. 조선의 왕 중 가장 오래 살았던 영조가 쌀쌀한 가을이나 겨울이 되면 날마다 찾을 정도로 좋아했던 음식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현대인의 입맛에는 어떤 음식이 가장 잘 맞았을까. 이날 가족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김이수 씨(38)는 타락죽을 꼽았다. 전통음식인데도 우유를 넣어 달콤한 맛이 새롭고 쌀쌀한 가을밤에 먹기 좋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어린이들 또한 달콤한 타락죽과 호두정과, 새로운 식감의 다식 등을 맛있게 먹었다.


야다소반과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펼쳐진 궁중음악 공연 모습.

▶어린이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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