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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듣고 보는’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 재개관
  • 장진희 기자
  • 2019-09-05 13: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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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보는’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에 가다

하루 한 번, 이곳은 조선시대 궁궐의 정전으로 변신한다. 정전은 왕이 신하들과 예를 갖추고 만남을 가졌던 마당. 국립국악단의 웅장한 종묘제례악 연주실황 영상이 4K UHD 화질의 대형 스크린에 펼쳐지고, 음악은 무려 14대의 13.1채널 입체 스피커를 통해 재생된다. 이밖에도 영산회상, 시나위 연주 영상을 각각 하루 한 번씩 약 15분간 선보인다.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서울 서초구) 제1전시실 ‘국악뜰’에 가면 이처럼 시청각이 압도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1995년 개관한 국내 유일의 국악 전문 박물관인 국악박물관이 지난달 다시 문을 열었다. 국악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국악박물관은 생생하고 살아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보는 전시에서 ‘듣고 체험하는 전시’가 된 것. 국악뜰을 비롯해 ‘소리품’ ‘악기실’ ‘문헌실’ ‘체험실’ 등 총 7개의 전시실로 구성됐다. 국악박물관을 최근 찾아 아름다운 국악의 세계로 떠나봤다.​


궁중음악에서 끝을 알릴 때 연주하는 타악기인 '어'. 사진=장진희 기자

궁중악기의 매력에 빠져볼까?

박물관 1층 중앙홀인 국악뜰에 들어서면 호랑이의 형상을 한 물건이 가장 눈에 띈다. 이곳에는 궁중의례에 쓰이는 악기 중 규모가 큰 축에 속하는 악기들을 재현해 전시했다. 각 악기 설명 옆에는 모바일 QR코드가 있어 연결된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것. 호랑이를 본떠 만든 악기는 ‘어’라고 불리는 타악기다. 궁중음악에서는 음악의 끝을 알리기 위해 호랑이 머리 부분을 채로 세 번 치고 등줄기에 있는 뾰족한 톱니인 ‘서어’를 쭉 훑어 내린다.

시작을 알리는 음악도 있다. ‘축’이라고 하는 악기는 마치 입구가 좁고 방망이가 딸린 절구통 같이 생겼다. 생김새에서 예상하듯이 나무 방망이로 밑바닥을 쿵쿵 내려쳐 연주하는 타악기다. 수직으로 방망이를 내려치는 동작에는 땅과 하늘을 열어 음악을 시작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우리나라의 대표 유율타악기인 ‘편경’과 ‘편종’도 전시됐다. 유율타악기는 음의 높낮이를 표현해 음정을 조율할 수 있도록 돕는 악기를 말한다. 서양에선 악기의 크기로 음의 높낮이를 조절했던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악기의 두께로 높낮이를 나타냈다. 편경은 ‘ㄱ’자 모양의 두께가 서로 다른 돌 12개를 매달아 만든 악기로 두께가 두꺼울수록 높은 음을 낸다. 편종도 두께가 서로 다른 여러 개의 종을 나무에 매달아 만든 악기.



고종이 기로소에 드는 모습을 그린 '임인진연도병'

희귀한 자료에 입이 ‘떡’

국악 전문 박물관답게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희귀한 자료도 만날 수 있다. 51세가 된 고종(조선 제26대왕·대한제국 제1대 황제)이 기로소(나이든 고위 문신을 예우하기 위해 설치한 기관)에 입소하는 잔치를 치르는 모습을 10폭의 병풍에 재현한 ‘임인진연도병’. ‘임인진연도병’의 제6~9폭에는 다양한 궁중 춤과 악대의 모습이 자세히 묘사됐다. 병풍 앞에 설치된 터치스크린을 통해 병풍 한 폭 한 폭을 크게 확대해보고 관련 퀴즈도 풀 수 있다. 대한제국 시기의 태극기와 신식군인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음악과 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인 ‘승무’를 섭렵한 민속무용인인 고(故) 한영숙 선생이 이 춤을 출 때 입었던 의상이 고스란히 전시됐다. 연주가이자 이론가로서 우리나라 해금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고 지영희 선생이 1960년대에 연주했던 해금 실물도 감상할 수 있다. 두 줄로 된 현악기 해금은 그 애절한 선율이 일품인 악기다.


한영숙 선생이 승무를 출 때 입었던 의상이 전시됐다

두들기고 뜯어보며 배워요

조상들은 어떻게 다양한 국악기를 활용했을까? 소리의 높낮이, 크기, 음색 등의 차이가 발생하는 원리에 대한 궁금증은 ‘체험실’에서 다양한 참여형 전시물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관람객들은 장구의 조이개를 조였다, 풀었다 할 때마다 소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직접 연주하며 익히게 된다. 조이개를 풀어 장구 사이에 있는 줄이 느슨해지면 낮은 소리를 낸다는 사실을 연주를 통해 배워볼 수 있는 것.

관악기의 음높이는 관의 길이로 결정된다. 관악기는 관 속의 공기를 진동시켜 소리를 내는데 관이 길면 그 파장이 길고 관이 짧으면 파장도 짧아진다. 관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낮은 소리를 내는 이유다. 관악기를 두들겨보며 소리의 차이를 느껴보자.

터치스크린을 통해 거문고, 장구, 해금, 피리 등으로 ‘나만의 합주’를 꾸밀 수 있는 체험도 가능하다. 다양한 악기를 조율하다보면 어느새 풍류(운치를 즐김) 음악가가 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어린이동아 장진희 기자 cjh062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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