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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나랏말싸미’가 그리지 않은 역사적 사실은?
  • 장진희 기자
  • 2019-07-31 16: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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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지식을 백성에게”


서울 중구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종대왕상. 동아일보 자료사진

“나라말이 중국과 달라 그 뜻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 새로 글자를 만들었다.”

백성 누구나 쉽게 글을 읽고 쓰며 지식을 쌓길 바랐던 세종대왕은 1443년 훈민정음을 창제(처음으로 만듦)했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사실이 아니라 불교계가 한글 창제에 기여했다는 야사(개인이 기록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개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상영을 시작한 영화 ‘나랏말싸미’는 세종대왕이 아니라 산스크리트어(고대 인도 언어)를 비롯한 여러 나라 언어에 능통했던 승려 ‘신미’가 한글을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내용.

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배척했던 조선시대에 신미스님이 존재를 감춘 채 한글을 창제했다는 영화적 설정이 재미를 더했다는 평이 있지만,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영화 속 내용 중 어느 부분이 허구인지 알아보자.​


영화 ‘나랏말싸미’ 중 신미스님이 한글 창제를 위해 고뇌하고 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한글은 누가 만들었을까?

신미스님이 천재적인 언어 능력을 발휘해 훈민정음을 창제했고, 세종대왕은 그가 한글을 만들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했을 뿐이라는 극 중 묘사는 사실과 다르다. 1443년 음력 12월 30일 세종이 직접 새로운 글자인 훈민정음 28자를 만들었다는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훈민정음은 한글의 옛 이름으로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 창제 당시에는 자음 17자, 모음 11자 등 총 28자였으나 일부가 폐기돼 현재는 24자(자음 14자, 모음 10자)만 쓰이고 있다.

뛰어난 학식을 바탕으로 세종이 훈민정음을 직접 창제했고, 집현전 학자들은 3년에 걸쳐 한글을 검증하고 한글 안내서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집필해 1446년 발표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극 중 세종대왕이 발음기관을 모방해 한글을 만들고 있다​


신미스님이 한글 창제에 기여했나?

영화에서처럼 신미스님이 비밀리에 한글 창제에 참여한 것은 아닐까.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세종대왕이 신미라는 승려를 처음 알게 되는 것은 1446년으로 세종이 이미 한글 창제를 마친 이후의 일이다. 신미스님이 훈민정음을 창제했다거나 세종을 도왔다는 설정은 허구다.

그렇다면 세종과 신미스님은 어떤 관계였을까. 세종대왕이 신미스님을 총애한 것은 사실이다. 집현전 학자 중 한 명인 김수온의 형인 신미스님에 세종대왕은 ‘나라를 돕고 세상을 이롭게 한 자’라는 칭호를 내리라는 유언을 남겼다. 세종의 아들인 수양대군(훗날 세조)과 안평대군이 신미스님을 스승처럼 모셨다는 기록도 조선왕조실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글이 외국어를 본떠 만들어졌나?

영화에서 한글은 산스크리트어와 같은 소리글자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것으로 그려진다. 소리글자란 말소리를 그대로 기호로 나타낸 문자로 한글도 이에 포함된다. 두 문자가 소리글자란 점 외에는 눈에 띄는 공통점이 없다. 산스크리트어를 모방해 만들었다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국어교육학 박사)은 “세종이 한글을 창제할 때 산스크리트어를 참고했을 수는 있으나 모방했다는 설정은 거짓”이라며 “산스크리트어와 한글은 모양부터 다르다. 한글은 점과 선, 동그라미로 이뤄졌으나 산스크리트어는 곡선이 많다”고 했다.

그는 “세종이 발음기관 모양을 본떠 한글 자음을 만들었고, 모음은 천지인(하늘·땅·인간) 원리를 토대로 구성했다는 내용이 훈민정음 해례본에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동아 장진희 기자 cjh062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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