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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가와 소방관, 꿈 모두 이뤘죠”…인천계양소방서의 이병화 소방사를 만나다
  • 장진희 기자
  • 2019-05-06 15: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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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계양소방서 이병화 소방사를 만나다

검은 재가 묻은 방화복을 입고 치솟는 불길과 치열하게 다투는 이들. 서울 여의도 면적의 10배에 이르는 산림을 태운 것으로 드러난 지난달 강원 산불 진압 현장에서 활약한 소방관들의 모습이다. ‘소방관’ 하면 화재 현장 등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장면을 먼저 떠올리지만, 여기 소방호스와 함께 붓도 든 소방관이 있다. ‘그림 그리는 소방관’으로 알려진 인천계양소방서(인천 계양구) 예방안전과의 이병화 소방사가 그 주인공.

소방관 유니폼을 입은 캐릭터가 심정지 환자에 응급처치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포스터, 계양소방서 소방관들이 현장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다룬 웹툰, 불 속에서 아이를 안고 나오는 소방관 벽화 등이 모두 이 소방사 손에서 탄생한 작품들이다. “그림으로 시민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밝힌 이 소방사를 2일 계양소방서에서 만났다.​


이병화 소방사가 자신이 그린 화재 예방 안내 포스터를 들고 있다​. 사진=장진희 기자


소방관의 삶, 그림으로 알려요

“화가와 소방관, 두 가지 꿈을 모두 이뤘죠. 저는 복 받은 사람이에요.”

소방학교 교육생 시절 벽화를 그린 것이 시작이었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는 특이한 이력 덕분에 이 소방사는 2017년 소방학교 훈련 중 지도관의 우연한 제안으로 소방학교에 벽화를 그리게 됐다. 이 소방사는 “이 일화가 인천소방본부에도 알려지며 ‘그림을 그려 달라’는 요청을 곳곳에서 받았다”고 말했다.

‘재능기부’로 그림을 그려온 이 소방사가 가장 의미 있게 생각하는 작품은 인천중부소방서에 있는 ‘오토배너호’ 화재 그림이다. 지난해 5월 인천항에 정박했던 자동차 운반 선박인 오토배너호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관들의 모습을 이 소방사가 화폭에 옮긴 것.

“차량 5700대를 한꺼번에 실을 수 있는 이 어마어마한 크기의 화물선에서 발생한 화재는 무려 67시간 만에 진압됐습니다. 배에 있었던 차량 1500대 이상이 불타 재산피해도 엄청났죠. 전례 없이 큰 화재 사고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사력을 다해 화마와 싸웠다는 것을 꼭 알리고 싶었어요. 저는 현장에 없었지만 사진과 증언 등을 바탕으로 최대한 생생하게 사건을 그리려고 노력했죠.”(이 소방사)


인천중부소방서에 설치된 이 소방사의 '오토배너호'. 이병화 소방사 제공

시민 안전 위해서 노력해요

계양소방서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는 이 소방사는 “그림을 그릴 줄 아는 게 일할 때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안전 교육 캠페인 홍보에 필요한 그림은 대부분 직접 그린다. 그는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일도 보람 있지만, 사전 교육을 통해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큰 사고를 막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내가 그린 그림이 계양구 곳곳에 설치된 것을 볼 때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부터는 계양소방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시민은 모르는 소방관 이야기’를 주제로 소방 웹툰을 매달 연재하기 시작했다. 이 소방사는 “계양소방서에 재직 중인 소방관들의 일화를 그려 시민들이 ‘소방관이 이런 일도 하는구나’라고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다.

“웹툰 2화에선 아파트 옥상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시민을 저지하는 에피소드를 다뤘어요. 시민 한 분 한 분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소방관들이 생각보다 다양한 일을 한다는 사실,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이 소방사)



계양안전센터 외부 벽면에 설치되어 있는 이 소방사의 작품

소방관으로서 자부심 가져요

“공익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이 제 원동력이에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화재 현장을 누볐던 이 소방사는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길 원했다면 이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저 묵묵히 주어진 임무를 잘 소화하는 소방관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소방관이셨던 아버지를 따라 운동장을 꾸준히 뛰었던 게 폐활량, 지구력 등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강한 압력으로 물을 내뿜는 소방호스를 들고 몇 시간씩 버텨야 하는 소방관이 되고 싶다면 지금부터 조금씩 기초 체력을 키워보세요.”(이 소방사)​

▶어린이동아 장진희 기자 cjh062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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