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다가온 것을 알아채고 큰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반갑게 인사한다. 국내 커피 전문점 달콤커피가 개발한 로봇 바리스타 ‘비트 2E’의 이야기다. 지난해 무인(사람이 없음) 로봇카페 시스템인 ‘비트’가 국내 최초로 출시된 데 이어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과 지능형 폐쇄회로(CC)TV를 탑재하며 한층 ‘업그레이드’ 된 비트 2E가 다음달 상용화(일상적으로 널리 쓰임)를 앞두고 있다.

로봇 바리스타가 만든 음료는 과연 어떤 맛일까. 사람이 만들어준 것보다 맛있을까? 24일 경기 성남시 달콤커피 본사를 찾아 비트 2E를 체험해봤다.​


‘비트 2E’의 로봇이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며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사진=장진희 기자

40초면 커피 한잔이 ‘뚝딱’

‘카페’라고 하면 음료를 시켜놓고 편히 앉아서 대화를 하거나 노트북을 켜놓고 작업에 열중하는 공간이라고 우리는 상상한다. 비트 2E 카페 시스템은 그런 의미의 카페는 아니다. 가로 1.9m, 세로 1.7m, 높이 2.1m 크기의 직육면체 부스 안에서 로봇이 혼자 커피 등 음료를 만들고 고객들은 미리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주문·결제한 음료를 부스에서 찾아가는 시스템인 것. 앉아서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하지 않고 로봇이 음료 제조만을 담당하기 때문에 무인 운영이 가능하다.

‘지이이잉∼’ 주문한 커피가 완성됐다는 스마트폰 앱 알림이 울렸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제작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40여 초. 커피 5종류를 포함해 주문 가능한 10여 가지의 음료 중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선택했다. 주문과 동시에 팔처럼 생긴 로봇이 집게로 컵을 들어 제빙기와 정수기에서 나오는 얼음과 물을 각각 받아든 뒤 에스프레소 머신 쪽으로 가져갔다. 에스프레소가 추가되니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눈 깜빡할 사이 완성됐다. 비트 2E의 로봇은 1시간에 따듯한 아메리카노 120잔을 제작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커피 맛은? 기존 커피 전문점에서 자주 즐겼던 바로 그 맛과 다르지 않았다.

무인카페가 많아지면 사람이 설 자리를 잃게 되는 것은 아닐까. 달콤커피 관계자는 “비트는 24시간 내에 한번 이상 사람이 점검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작동이 멈추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커피와 음료에 들어가는 원두 가루, 우유, 시럽 등 재료를 채우고 음료 제조 기계를 청소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손길이 꼭 필요하다.



비트 2E의 로봇이 커피를 제조하고 있다

사람만큼 똑똑하네∼

이달 초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로 비트 2E와 같은 무인카페 운영에 초록불이 켜졌다. 사람이 없기에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사고와 밀려드는 고객들의 주문 등에 보다 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 된 것. 5G는 기존 무선 통신에 비해 20배 빠른 ‘초고속’, 지연현상은 10배 개선된 ‘초저지연’ 등을 특징으로 하는 기술이다. 5G 서비스에서는 최고 주파수와 최저 주파수의 차이인 ‘대역폭’을 넓혀 빠른 전송속도를 내는 것. 마치 넓은 고속도로에서 자동차가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고객님, 오랜만이시네요. 늘 드시던 자몽 주스를 한 잔 드릴까요?” 인공지능(AI) 스피커가 탑재된 비트 2E가 제공할 서비스의 모습. 비트 2E에 부착된 지능형 CCTV는 무인카페를 이용하는 고객들을 영상으로 촬영하고 수집한다. 축적된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 영상을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한 비트 2E는 단골 고객들의 얼굴을 구분하고 이들의 취향 등을 고려한 음료를 추천한다. 아예 처음 방문하는 고객들의 경우에는 나이·성별 등에 따른 응대가 가능하다. 달콤커피 관계자는 “이때 고객들의 빅데이터를 안전하고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5G 통신 환경이 구축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동아 장진희 기자 cjh062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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