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래퍼’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
Mnet에서 방영되는 ‘고등래퍼3’에서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문학작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작곡·작사한 ‘교과서 랩’ 대결이 펼쳐졌다.
15일 방송된 ‘고등래퍼3’에서는 1차 팀 대항전이 펼쳐진 가운데 △행주&보이비 팀의 이진우, 강민수 △그루비룸 팀의 양승호, 오동환 △기리보이&키드밀리 팀의 강현준, 김호진 △더 콰이엇&코드 쿤스트 팀의 윤현선, 김민규 △기리보이&키드밀리 팀의 권영훈, 최진호 등 10명이 첫 경연을 치렀다.
이들은 고등학교 교과서에 등장하는 문학작품 중 △정호승의 시 ‘고래를 위하여’ △이상의 시 ‘거울’ △김수영의 시 ‘눈’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을 재해석한 뒤 각 팀의 멘토들이 준 비트에 더해 공연했다. 이들이 이 작품을 고른 이유는 무엇인지, 랩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려 했는지 알아보자.
이진우, 강민수 ‘우리는 물 만난 고래’
“푸른 바다 위에 고래 빼놓을 수 없지
날 물로 봤던 애들이 꺾어준 엄지
Don’t believe me just watch it
물 만난 고래 두 마릴 마릴 위하여 하여”
이진우, 강민수는 정호승의 시 ‘고래를 위하여’를 재해석했다.
이진우는 “이 시 중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푸른 바다가 아니지’라는 구절이 마음에 와 닿았다”면서 “푸른 바다는 10대, 고래는 꿈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우리가 없으면 ‘고등래퍼’가 아니지’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수는 이번 경연을 준비하면서 “제대로 놀고 싶었는데 너 덕분에 여러 경험을 했다”면서 “이번 기회에 우리가 어떤 팀인지 확실하게 보여주자”고 이진우에게 말했다.
흥과 끼가 넘치는 둘이 만났기 때문일까. 이진우와 강민수가 재해석한 노래 ‘고래를 위하여’는 한바탕 무대 위에서 즐기고 싶은 그들의 색깔을 물씬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양승호, 오동환 ‘스스로를 이기자’
“우린 거울도 못 담는 인간이야
알다시피 반사된 내 모습 봐
밝게 빛나 superstar
못 이겨 우리의 조합”
양승호, 오동환은 이상의 시 ‘거울’을 바탕으로 랩을 만들었다.
이들은 이상이 살았던 집인 ‘이상의 집’(서울 종로구)에 찾아가 시를 찾아보며 띄어쓰기가 없고 자신의 세계관이 확고한 이상의 시를 살펴봤다.
오동환은 “거울 속에 보이는 내면의 약한 우리 자신을 이겨보자는 내용으로 랩을 썼다”고 말했다.
양승호는 “이상 선생님은 우울하고 아프고 힘들었던 삶을 사셨던 것 같다”면서 이상의 시에 담긴 차별적인 특징을 무대로 이끌어냈다.
이들은 마치 거울을 바라보듯 서로를 쳐다보면서 똑같이 행동하는 마임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강현준, 김호진 ‘눈처럼 순수하게’
“눈이 와 눈이 와 눈이 와 눈이 와
눈이 와 눈이 와 눈이 와 눈이 와
카와이 순수했던 꿈
아이스 보석을 박고
트와이스 피처링 받고
돈과 명예 박수”
강현준, 김호진은 김수영의 시 ‘눈’을 재해석했다.
김호진은 “시에서 ‘기침을 하자’는 구절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불순물 같은 것을 뱉어내면서 깨끗해지자는 마음을 표현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눈처럼 순수해지고 싶다”는 마음을 나타내고 싶다고 표현했다.
강현준은 “시나 음악은 보고 듣는 사람에 따라서 마음껏 해석이 가능하다”면서 사람들이 노래를 다양하게 즐겨주면 좋겠다는 점을 표현했다.
이들은 ‘눈이 와’라는 친근한 멜로디를 더해 흥이 가득한 무대를 꾸몄다.
윤현선, 김민규 ‘별 헤는 밤, 별 헤는 우리’
“겨울지나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는데
내 옆에는 아무도 없던데
떠오르고 싶어 저
하늘로 우리들은 별
쓸쓸하기 싫어
혼자 외롭기 싫어”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선택한 윤현선과 김민규는 ‘별’이 되기까지 경험해야하는 외로움을 가사에 담았다. 경연을 준비하던 어느 날 밤 한강공원을 찾은 이들은 ‘별 헤는 밤’을 읽고 든 생각에 대해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김민규는 “별은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느냐”며 먼저 이야기를 꺼냈고, “(나의) 엄마한테 나는 별 같은 존재다. 엄마가 (나는) 되게 반짝 반짝 빛나는데 요즘 밤하늘처럼 보기가 힘들다는 말을 했었다”면서 애틋한 감정을 드러냈다.
윤현선은 “음악을 하면서 학교 다니기가 싫어서 엄마 아빠와도 많이 싸우고 학교 친구들과도 멀어져서 힘들 때 아무도 곁에 없는 것이 참 힘들었다”면서 윤동주의 시 중 ‘별 하나에 쓸쓸함’이라는 구절이 마음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들이 마음이 담긴 ‘별 헤는 밤’은 가사와 멜로디를 통해 진솔한 감성을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권영훈, 최진호 ‘갈매기처럼 높고 멀리’
“기억해줘 우린 아직 (젊고 쩔어)
빛나고 있어 바다의 그 (풍경처럼)
저 너머를 보려면 가장 높게 날아야지
한 마리의 갈매기가 되어
도약, 항구에서부터 자유로이”
권영훈, 최진호는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을 바탕으로 ‘높게 나는 새가 멀리 본다’, ‘남들이 가는 길을 가기보다 우리가 원하는 길을 만들어가면서 살겠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권영훈은 “최진호는 처음으로 사귄 음악 하는 친구였다”면서 각별함을 드러냈다. 최진호 역시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 권영훈을 초대해 밥을 먹으면서 “거의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친구”라고 말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함께 높이, 멀리 날자고 다짐한 이들의 이야기는 랩과 가사를 통해 오롯이 전해졌고 멘토들과 관객들을 감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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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동아 심소희 기자 sohi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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