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 수트 차림의 트럭운전사, 투블럭 컷을 한 프로 복서, 바지 정장을 차려 입은 스포츠 기자….

최근 탄생 60주년을 맞이한 바비의 새로운 롤모델(본보기가 되는 대상)이 공개됐다. 바비 제작사인 마텔은 그동안 남성의 영역으로 여겼던 분야에서 일하는 실제 여성들을 본 떠 만든 60주년 기념 바비 인형을 최근 공개했다. 각기 다른 국가적·문화적 배경을 가진 20명의 여성들이 이번 시리즈의 롤모델로 선정된 것.

그동안 바비 인형은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8등신의 백인 여성으로 대표됐다. 1959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장난감 박람회에서 첫 선을 보인 바비도 이런 모습이었다. 작고 갸름한 얼굴, 잘록한 허리, 길고 곧게 뻗은 팔다리를 가진 바비가 어린이들에게 여성의 외모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을 수 있다는 비판이 있었고 마텔은 점차 다양한 체형을 가진 바비를 내놓고 있다. 다음엔 또 어떤 바비가 등장할까. 바비의 무한한 변신 과정을 알아보자. 




바비 탄생 60주년을 맞아 공개된 바비의 롤모델들.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실제 여성들을 본 떠 만들어졌다. 마텔 공식 홈페이지

무엇이든 도전해봐요!

“넌 뭐든지 될 수 있어.(You can do anything)”

마텔은 여자 어린이들이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 없이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기를 바라는 취지로 다채로운 캠페인을 운영 중이다. 지난 2015년에는 성별 고정관념을 극복하고 영화감독, 최연소 여성 편집장, TV쇼 진행자 등의 꿈을 이룬 당당한 실제 여성을 인형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이 인형들에게는 ‘쉬어로(Shero·여성영웅)’라는 이름도 붙여졌다.

1960년대에 출시된 바비의 직업은 패션모델, 간호사, 항공사 승무원 등 여성 비율이 높은 분야로 한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1973년 외과의사 바비가 출시되어 히트를 친 이후로 바비는 변화를 거듭했다. 1986년에는 사업가, 1990년엔 항공기 조종사, 1992년에는 대통령 후보 바비까지 등장했다. 이외에도 래퍼, 방송기자, 레이싱카 운전사, 컴퓨터 공학자 등 그동안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분야에 도전장을 내미는 바비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하나의 아름다움에서 탈피하다

흔히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 여성에게 ‘바비 인형 같다’는 수식어가 따라 붙곤 한다. 바비는 아름다운 여성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현실적인 여성의 모습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마텔은 지난 수십 여 년 동안 런웨이 위를 걷는 슈퍼모델처럼 군살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체형을 가진 인형만을 제작해왔다.

그랬던 마텔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바비의 주요 고객인 여자 어린이들에게 자칫 획일적인 미의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 2016년 마텔은 다양한 체형을 가진 바비 인형을 처음 내놓았다. 이때부터 통통한 체형을 가진 바비와 체구가 작은 바비 그리고 키가 큰 바비 등으로 바비의 신체 비율이 다양화되기 시작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미국의 펜싱 선수 이브티하즈 무하마드가 자신을 본 떠 만든 바비 인형을 들고 있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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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 포용하는 바비

바비가 추구하는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장애인, 소수 민족, 소수 종교인 등 보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바비 인형이 등장하고 있다. 어린이들 속한 사회에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고 있음을 깨우쳐주려는 시도다.

마텔은 휠체어를 타거나 의족을 착용하는 등 선천적 신체장애를 가진 바비를 올 가을에 선보일 예정이다. 2017년엔 히잡을 쓴 최초의 무슬림(이슬람교를 믿는 사람) 바비가 등장했고, 최근에는 뉴질랜드 소수민족 출신의 스포츠 기자 멜로디 로빈슨을 모델로 한 마오리족 인형도 공개됐다.

▶어린이동아 장진희 기자 cjh062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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