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단단해 우리 주변에서 많이 쓰이는 플라스틱. 하지만 독성이 있고 오래도록 썩지 않는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팀이 오징어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생물 분해가 가능한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 주목을 받았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미생물의 몸속에 있는 플라스틱 원료를 이용해 만든 플라스틱을 말한다. 오징어뿐만이 아니다. 감자, 대장균, 미역 등 다양한 생물로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을 만드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속속 개발되고 있는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을 만나보자.​



감자 전분 이용해요


감자 전분으로 만든 플라스틱 원료. 바이오메 바이오플라스틱스 홈페이지 캡처​

반찬과 든든한 간식으로 사랑받는 감자. 감자를 이용해서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다. 바로 감자 전분(곡물 등으로부터 채취한 복합탄수화물)을 이용하는 것.

영국 BBC 방송은 지난해 감자, 옥수수 등을 이용해 플라스틱을 만드는 영국 기업 바이오메 바이오플라스틱스(Biome Bioplastics)를 소개했다. 바이오메 바이오플라스틱스는 식물성 세포벽(세포 모양을 유지하고 세포를 보호하는 벽)의 주성분인 감자·옥수수의 전분, 나무의 셀룰로스(식물 세포벽의 주성분) 같은 천연 재료를 사용하여 바이오 플라스틱을 만들어냈다. 대부분의 전통적인 플라스틱이 석유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곰팡이, 박테리아 등에 의해 쉽게 분해되어 환경오염의 위험이 적다.

대장균으로 페트병을?


전자현미경으로 본 플라스틱을 만드는 대장균. 대장균 내에 하얀색 동그라미가 만들어진 플라스틱이다. 이상엽 교수 제공​

사람의 대장에 살면서 대사활동을 돕는 대장균. 대장균으로도 플라스틱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이상엽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대장균의 생체시스템을 변형해 페트병의 원료인 플라스틱을 만들어내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한 것. 목적에 맞게 게놈이 조작된 대장균은 설탕이나 포도당을 먹고 휘발유나 플라스틱 원료 등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휘발유나 플라스틱 원료는 석유에서 이들을 만들어낼 때와 달리 화학 공정 과정이 없어 친환경적이다.

이 교수 연구팀은 미생물을 이용해 플라스틱을 다시 자연 분해하는 기술도 함께 개발했다. 페트병 분해에 효과적인 효소의 구조를 밝혀낸 뒤 페트병 분해에 특화된 효소를 만들어낸 것. 이 두 가지 기술을 통해 합성 플라스틱을 대체하고 이미 만들어진 플라스틱을 친환경적으로 빠르게 분해하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바다에서 나는 플라스틱

바다 냄새 가득한 해조류 미역으로도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다.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박진병 교수 연구팀은 미역과 같은 해조류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법을 2016년 최초로 개발해냈다. 미역이나 다시마 등의 해조류는 섬유질이 50%를 차지하고 있다. 발효과정을 거쳐 섬유질에서 지방을 만들어내고 이 지방에 효소(생물체 내의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단백질)를 반응시켜 플라스틱 소재인 중쇄카르복실산을 만들어낸다. 중쇄카르복실산은 안정성이 높아 자동차 내장재와 전자 기기 재료 등에 쓰이는 고성능 플라스틱을 만들 때 많이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중쇄카르복실산은 석유 화합물에서 만들어내 제조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발생하지만, 미역을 이용하면 이를 만들어낼 때 오염물질이 발생하지 않는다.​

▶어린이동아 이지현 기자 easy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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