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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천과학관 ‘덕후전’에 등장한 초대형 건담
  • 장진희 기자
  • 2019-03-07 15: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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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라서 자랑스러워요!

“쓸모없는 일한다는 따가운 시선 견뎌야 했죠. 아랑곳 않고 작업에 몰두했더니 어엿한 작가가 되어 전시회도 열게 됐네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한 우물만 파며 정진한 끝에 전문가 수준에 이른 사람들을 일컬어 ‘덕후’라고 한다. 덕후는 ‘당신’ ‘댁’을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를 우리식으로 발음한 ‘오덕후’의 줄임말. 과거 덕후는 자신만의 세계에 지나치게 몰입한 이들이라는 부정적 의미로 쓰였지만, 개성을 중시하는 최근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을 받아 인식이 점점 바뀌어 한 분야에서 다른 사람은 넘보지 못하는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가진 사람들을 일컬을 때 쓰인다.

때로는 식사도 잠도 미뤄가면서 작품 만들기에 열중하는 ‘만들기 덕후’들이 최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한 자리에 모였다. 덕후들의 땀과 열정이 담긴 작품을 살펴보기 위해 5일 경기 과천시 국립과천과학관 ‘덕후전(展)’(전시는 오는 31일까지) 개막식을 찾았다. 높이 3.2m의 초대형 건담 프라모델(플라스틱 부품을 조립해 완성시키는 장난감), 수 백 개의 종이 블록으로 만든 캐릭터, 나무를 깎아 만든 실물과 똑같이 생긴 함선 등 감탄을 자아내는 덕후들의 작품 세계로 떠나보자.​


이윤상 작가가 만든 국내 최대 크기의 건담 프라모델. 사진=장진희 기자

“18m 크기 건담도 만들 거예요”

덕후전이 열리는 과학관 2층 기획전시실 정중앙에 배치된 초대형 건담, 당장이라도 하늘로 날아오르며 상대편을 무찌를 것 같이 늠름한 모습이다. 다리의 길이만으로도 성인 남성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다. 높이 3.2m, 무게 350㎏의 국내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이 건담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이윤상 작가는 대형 프라모델 제작을 시작한지 6년 여 만에 국내 최대 크기 건담 제작에 성공했다. 이 작가는 “일반 크기의 건담 프라모델 전개도면을 바탕으로 제작에 필요한 모든 부품들을 직접 확대 제작해 이어 붙였다”고 말했다. 본업이 따로 있는 이 작가는 매일 밤 퇴근 후 틈틈이 작업해 2년 여 만에 건담을 완성했다. 그는 “접착제로 부품을 조립하는 일반 프라모델 작업과 달리 초대형 건담은 마치 자동차 같은 기계를 제작하듯이 볼트와 너트로 조립해야 했다”며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완성 후 성취감이 대단히 컸다”고 회상했다.



장준호 작가가 이순신 장군을 떠올리며 만든 창작 작품

종이접기 덕후가 여기 있네!

“우연히 종이학 두 개를 이어봤더니 생각보다 고정이 잘 되더라고요. 그때부터 종이 블록으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죠.”

‘종이 블록 덕후’인 장준호 작가는 종이만 있으면 아이언맨 마스크부터 건담 캐릭터, 유명 게임에 등장하는 무기, 순수 창작 작품 등을 뚝딱 만들어낸다. 종이 블록은 부품 제조회사가 따로 없다. 일일이 종이를 접어서 만든 수 백 여개의 블록을 조립해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고도의 섬세함을 요구하는 만들기 분야다.

장 작가는 “도면이나 매뉴얼 없이 오로지 머리 속에 떠오르는 영감에 의존해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올해로 12년 째 종이 블록 작품을 만들고 있는 장 작가는 이 분야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유튜브 채널 ‘페이퍼빌드’를 운영 중이다. 이 채널에서는 장 작가가 어떻게 작품을 만드는지 밀착 관찰할 수 있다. 초등생들도 손쉽게 따라할 수 있는 작품 튜토리얼도 제공한다.



송정근 작가가 미국 USS 뉴저지호를 본 떠 만든 작품

1㎜가 만드는 차이

무려 20여 년 간 나무를 깎아 함선을 만들어 온 송정근 작가는 광개토대왕함, 세종대왕함 같은 우리나라 전함은 물론 일본, 미국 등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를 수 백 분의 1로 축소해 제작한다.

송 작가가 가장 자신 있게 소개하는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 제작된 미국의 아이오와급 전함 중 하나인 ‘USS 뉴저지호’다. 배를 제작하는 데 장장 1500시간이 걸렸다. 함교(배를 조종·지휘하기 위해 배 앞부분에 높게 만든 갑판)를 최대한 정교하게 재현하기 위해 애썼다고. 쌀 한 톨 만한 크기로 배의 전등까지 직접 제작해 완벽을 기했다.

“덕후는 한 작품을 끝내기도 전에 다음에 어떤 작품을 만들지 고민하는 사람들이랍니다. 웬만큼 몰입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덕후가 되기 힘들어요.”(송 작가)​

▶어린이동아 장진희 기자 cjh062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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