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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불쌍하다고요?
  • 이지현 기자
  • 2019-02-21 16: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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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고

즐거운 공연은 무대에서만 그치지 않습니다. 좋은 공연은 우리의 삶을 파고들어 긴 여운을 남기지요. 어린이동아 온라인 연재 코너 ‘공연이 끝나고’에서는 인기를 끈 연극·뮤지컬 공연 속에 담긴 일상의 이야기를 담아내 어린이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의 공연 모습. 어린이동아 자료사진

몹시 추운 겨울 어느 날 밤, 가톨릭 재단 무료병원에서 반신불수 환자 최병호가 하룻밤 새 사라집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최병호 때문에 온 병원이 난리가 나면서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시작하지요. 

이 병원에는 알코올 중독자, 치매 환자, 정신질환자 등이 머뭅니다. 새로운 병원장이 된 베드로 신부는 병원을 운영할 기부금을 충당하고자 병원 환자들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려고 하지요. 방송의 예고편이 나오자, 최병호는 길길이 화를 내며 베드로 신부에게 방송을 취소하라고 말합니다. 최병호는 자신을 비롯한 병원의 환자들이 방송에서 가족도 없고 불쌍한 사람으로 비추어지는 것에 모욕감을 느끼지요. 이 전화를 마지막으로 최병호는 자취를 감춥니다. 

최근 한 정치인이 “정치권에는 정신장애인이 많다”라는 발언을 해 여론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이 정치인은 “장애인을 비하할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장애인 인권협회들은 이 정치인의 발언에 대해 성명을 내고 “장애인에 대한 비하가 담긴 발언이다” “장애인을 시혜·동정의 대상으로 보는 무지함이 담긴 발언이다”라고 강력하게 반발했지요.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속에서 ‘정연’이라는 인물도 처음에는 병원에서 지내는 사람들을 ‘가엾고 불쌍하게’ 여겨 봉사자로 자원해 병원을 찾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시혜의 대상으로 여기는 말과 태도에 병원 사람들은 정연을 곱게 여기지 않지요. 정연이 병원의 환자들과 어울리기 시작한 것은 그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들으면서부터입니다.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듣고 함께 지내면서 정연도 그들의 이야기에 위로를 받고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갑니다. 눈에 띄지 않는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모두가 동등한 인격이지요. 섣부른 감정으로 장애인을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 어떤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장애인들이 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면 어떨까요? 그들을 위한 실질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것이 우리 모두를 위한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어린이동아 이지현 기자 easy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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