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준 9단, 이동훈 9단, 김지석 9단, 박정환 9단, 신진서 9단.

지난해 12월 기준 우리나라 최고의 프로 바둑기사들을 모두 이긴 인공지능(AI) 바둑기사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NHN 엔터테인먼트가 ‘한게임 바둑’을 바탕으로 2017년 개발한 바둑 전용 AI ‘한돌’이다. 한돌 2.0은 지난해 12월 출시 1주년을 기념해 열린 ‘프로기사 TOP5 vs 한돌 빅매치’ 이벤트에서 우리나라의 최상위 랭킹 바둑 프로기사 5명과 대국해 5연승을 거뒀다.

한돌은 어떤 과정을 통해 개발되었고,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까? 최정윤 동아어린이기자(경기 하남시 위례초 6)가 13일 경기 성남시 NHN 엔터테인먼트 본사에서 한돌을 기획하고 개발한 이창율 게임AI팀장, 박정훈 게임AI팀 책임연구원, 이경민 GB기획팀 책임기획자, 송은영 GB기획팀장을 만났다.




왼쪽부터 박정훈 게임AI팀 책임연구원, 이창율 게임AI팀장, 최정윤 동아어린이기자, 이경민 GB기획팀 책임기획자, 송은영 GB기획팀장이 한게임 바둑 AI 프로그램인 ‘한돌’ 캐릭터와 서 있다​

신의 한 수를 고르다

‘한돌’은 무슨 뜻일까? 최 양이 “한돌이라는 이름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나요” 하고 묻자 이경민 책임기획자는 “‘한’이라는 단어에는 ‘정확한’, ‘큰’, ‘으뜸’과 같은 뜻이 있다”면서 “‘한 수 한 수 돌의 진정한 가치를 세우다’라는 뜻을 담아 이름을 붙였다”고 말했다.

바둑은 두 사람이 검은 돌과 흰 돌을 각각 바둑판 위에 번갈아 하나씩 두며 승부를 겨루는 놀이. 바둑판에서 선이 교차하는 점을 집이라고 하는데, 바둑돌을 집에 내려놓는 것을 ‘한 수를 둔다’고 한다. 집을 많이 차지하는 사람이 이긴다.

박정훈 책임연구원은 “한돌의 일은 주어진 바둑 기보(바둑이나 장기를 둔 내용의 기록)에서 가장 이길 확률이 높은 ‘신의 한 수’를 고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과 비슷한 AI?

한돌은 어떤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 최고의 실력을 갖춘 바둑 AI 프로그램으로 탄생했을까?

한돌 1.0은 NHN 엔터테인먼트에서 약 20년 간 운영해 온 한게임의 바둑 기보를 바탕으로 바둑 실력을 쌓았다. 여러 기보를 익히면서 특정 상황에서 어떤 수가 더 이길 확률이 높은지 깨우친 것.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한돌 2.0은 처음부터 스스로 수를 두며 이기는 수를 알아가는 방식으로 실력을 쌓았다.

“한돌도 너무 어려운 기보를 주거나 한꺼번에 많은 양을 학습시키면 시간이 오래 걸려요. 마치 스트레스를 받는 것처럼요. 이런 면에선 AI도 사람과 비슷한 것 같네요. 하하.”(이창율 팀장)

스스로 바둑 기보를 익히는 한돌의 기술, 또 어느 곳에 활용될 수 있을까? 최 양이 “한돌의 기술은 또 어디에 사용될 수 있을까요” 하고 질문했다. 이 팀장은 “장기적으로 보면 사람 대신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을 맡거나 사람이 원하는 상품을 미리 찾아주는 데에도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함께 걷자, 발맞추어

AI와 로봇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최 양은 어린이들이 이 시대에 어떤 점을 갖추어야 할지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최 양이 “AI 프로그램 기획·개발자가 되고 싶은 어린이는 무엇을 익혀야 할까요” 하고 묻자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기’, ‘수학·과학·프로그래밍 등에 대한 지식쌓기’, ‘AI로 무엇을 해볼 수 있을지 생각해 보기’ 등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송은영 팀장은 무엇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서로 협력하는 태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시대가 변해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어우러져 일하는 것은 변하지 않지요. 서로의 분야를 존중하면서 목표를 향해 한걸음씩 함께 발맞춰나가는 자세가 아주 중요하답니다.”(송 팀장)​

▶어린이동아 심소희 기자 sohi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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