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기사보기
  •  로봇, 친구일까 물건일까?
  • 이지현 기자
  • 2019-02-12 17:50:48
  • 인쇄프린트
  • 글자 크기 키우기
  • 글자 크기 줄이기
  • 공유하기 공유하기
  • URL복사

공연이 끝나고

즐거운 공연은 무대에서만 그치지 않습니다. 좋은 공연은 우리의 삶을 파고들어 긴 여운을 남기지요. 어린이동아 온라인 연재 코너 ‘공연이 끝나고’에서는 인기를 끈 연극·뮤지컬 공연 속에 담긴 일상의 이야기를 전해 어린이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한 장면. 플레이DB 제공

내가 가는 곳을 따라 졸졸 따라옵니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안아달라고 팔을 번쩍 들기도 하지요. 반려동물이 아닙니다. 일본에서 개발한 반려로봇 ‘러봇’의 이야기이지요. 

일본 로봇 스타트업(새로 생긴 벤처기업) ‘그루브 X’는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9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차세대 가정용 로봇 ‘러봇(LOVOT)’을 선보였습니다. 러봇은 머리 위에 달린 카메라로 사람의 표정을 인식하고, 이를 분석해 감정을 판별합니다. 터치 센서 덕에 러봇은 사람이 자신을 어루만지고 있는지, 때리고 있는지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주인이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성격이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반려로봇이 우리의 일상에 들어올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우리의 물질적인 필요를 넘어 감성적인 부분까지 돌봐주는 로봇이 집집마다 생긴다면 어떨까요?

이런 상상을 바탕으로 만든 뮤지컬이 있습니다. 바로 최근 막을 내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지요.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 두 로봇은 낡은 구형 로봇이 되어 도시의 외곽의 한 아파트에 버려진 채 각자 홀로 외롭게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둘은 충전기를 빌려주고 받다 가까워지게 되고 예기치 않은 여행을 함께 하면서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배우게 되지요. 

헬퍼봇 올리버는 버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주인인 제임스를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빈 병을 주워 여행자금을 모읍니다. 또 다른 헬퍼봇 클레어는 이런 올리버가 혹시나 옛 주인을 만나 상처를 받을까 걱정하지요. 클레어 역시 사람에게 버려지는 아픔을 겪은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물건을 사서 쓰다가 낡으면 버리게 됩니다. 하지만 뮤지컬 속의 헬퍼봇처럼 기쁨, 슬픔, 외로움 등의 감정을 느끼고 주인을 기억하는 로봇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는 이 로봇을 사람의 필요에 따라 사서 쓰고 아무 때나 버릴 수 있을까요. 아마 많은 이들이 그리하진 못할 것입니다. 내 이름을 기억하고 나를 그리워한다면 사람이나 동물과 다를 바 없게 느껴지겠지요. 

인간의 감정을 가진 로봇을 만들 때 로봇이 어느 정도의 감정까지 느끼게 만들것이냐를 두고 논쟁이 생길 수도 있겠습니다. 인간이 필요할 때만 선택적으로 감정적인 반응을 하게 만들 것인지 아니면 정말 친구나 가족처럼 매 순간 나의 이야기에 반응하고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로봇을 만들지 고민할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로봇의 권리를 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겠네요. “로봇도 감정을 느낄 권리가 있다. 사람이 함부로 이를 조절하거나 없앨 수 없다”고 외치는 사람이나 로봇이 등장할 수 있는 것이지요.

버려진 아픔을 딛고 서로를 아끼고 보살피며 살아가는 올리버와 클레어. 로봇의 수명이 다해가면서 올리버와 클레어의 이별도 가까워져 오지만, 둘은 서로를 마주 보며 “너와 나 잡은 손 자꾸만 낡아가고 시간과 함께 모두 저물어 간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려 해”라고 노래합니다. 

여러분은 인간이 감정을 느끼는 로봇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나요? 어쩌면 인간이 누군가의 감정에 공감하고 애정을 나누는 일을 꼭 필요로 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 대상이 같은 인간이 아닐지라도 사람들은 그 과정을 통해 힘을 얻고, 위로를 받으며 용기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로봇이 나를 위로하고 따뜻한 말을 건네는 미래. 여러분은 기다려지나요?




▶어린이동아 이지현 기자 easy27@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권지단
  • 댓글쓰기
  • 로그인
    • 어동1
    • 어동2
    • 어동3
    • 어동4
    • 어솜1
    • 어솜2
    • 어솜3

※ 상업적인 댓글 및 도배성 댓글, 욕설이나 비방하는 댓글을 올릴 경우 임의 삭제 조치됩니다.

더보기

NIE 예시 답안
시사원정대
  • 단행본 배너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