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머리칼, 새빨간 매니큐어와 붉은 입술, 동그란 검은 테 안경 사이로 내뿜는 강렬한 눈빛. 독특한 액세서리와 패션으로 세련된 아우라를 내뿜는 이 사람의 이름은 ‘아이리스 아펠’. 미국 CNN 방송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올해 98세인 아펠은 세계적인 모델 회사인 IMG 모델스와 최근 정식으로 계약했다.

이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새로운 도전과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다. ‘도전하는 데 나이는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이들을 만나보자.



아이리스 아펠. IMG 모델스​

여전히 일을 사랑해요

“아이리스는 창의성과 영감을 뿜어냅니다. 그녀와 유일무이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즐겁습니다.”

이반 바트 IMG 모델스 사장은 아펠을 모델로 발탁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펠은 해리 트루먼, 빌 클린턴, 조지 H. W. 부시 대통령 등 무려 9명의 미국 대통령과 일하며 백악관의 인테리어를 도맡았던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섬유산업 사업가.

자신만의 독창적인 패션과 액세서리를 선보이며 ‘스타일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그는 새로운 분야에서 계속 활약하며 지치지 않는 열정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보그 이탈리아, 데이즈드앤컨퓨즈드 등 패션 잡지의 표지를 장식하고, ‘우연의 아이콘’이라는 책을 펴낸 데 이어 역대 최고령으로 바비 인형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아펠은 “나는 나이로 인해 무언가가 달라져야 하거나, 나이 때문에 일을 멈춰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나는 여전히 내 일을 사랑하고 마음과 영혼을 다해 일한다”고 CNN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오드리 헵번 화장을 한 박막례 씨. 박막례 씨 SNS 캡처

인생은 아름다워

아펠처럼 나이와 상관없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을 거듭하며 인생의 찬란한 순간을 즐기는 이들이 우리나라에도 있다. ‘한국 할머니(Korea Granma)’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올해 72세의 박막례 씨가 대표적인 인물.

‘치과 들렀다 시장 갈 때 화장하는 법’부터 ‘수지·설리·오드리 헵번 화장법’까지 다채로운 화장법과 정감 있는 입담이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면서 박 씨는 구독자 66만여 명을 거느린 유튜브 스타가 됐다.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좌우명과 함께 손녀와 여행, 취미생활을 즐기는 그의 모습이 해외 팬들까지 사로잡으면서 지난해에는 미국의 대표 패션 잡지 보그, 영국 BBC 방송 등이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했다.

박 씨는 12일부터 UMAX에서 방영되는 ‘박씨네 미장원’이라는 베트남에서 미용실을 여는 예능 프로그램에도 등장할 예정이다. “유튜브 스타에서 베트남 K뷰티 전도사로 인생 제3막을 열겠다”는 박 씨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보자.

패션잡지 화보를 찍은 김칠두 씨. 김칠두 씨 SNS 캡처

꿈꾸고 이루는 즐거운 시간

64세에 갓 신인으로 데뷔한 패션모델 김칠두 씨도 화제다. 빨간색 트레이닝복 바지부터 양복까지 풍성한 머리와 수염으로 소화하는 그는 독보적인 매력을 뿜어내는 ‘시니어 모델’.

김칠두 씨는 지난해 3월 F/W 헤라서울패션위크에서 모델로 데뷔했다. 40여 년 간 운영하던 식당을 그만둘 무렵 딸이 시니어 모델이 되어볼 것을 권유했고, 그 후 직접 아카데미에 다니며 모델로서 훈련한 결과였다. 김 씨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해외의 대표적인 4대 패션 위크에 서 보는 게 꿈”이라면서 “꿈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씨는 지난 1월부터 안똔체홉극장(서울 종로구)에서 여는 ‘검은 옷의 수도사’라는 연극에도 출연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패션모델과 배우로서 활약하는 사진을 공개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한 김 씨. 이들의 찬란한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인지도 모른다.​

▶어린이동아 심소희 기자 sohi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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