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4일은 입춘. 입춘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새해의 첫 절기다.

그런데 입춘이 지난 지금도 ‘쿨쿨’ 겨울잠에 빠져 있는 동물들이 있다. 최근에는 코와 입 일부만 바깥으로 내놓은 채 물속에서 깊은 잠에 빠진 악어의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동물들은 왜 겨울잠을 자는 것일까? 이들이 잘 때 동물들의 몸속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어동이, 나성실 박사님과 함께 겨울잠에 빠진 동물들을 깨우러 가 보자.


잠시 쉬다 올게요


낙엽 사이에서 겨울잠 잘 준비를 하는 개구리들. 동아일보 자료사진​

어동이 박사님, 입춘도 지났는데 아직도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 있다고 해요. 제가 깨우러 가야겠어요.

나성실 하하, 일부 동물들이 활동을 멈추고 겨울에 땅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흔히 ‘겨울잠 잔다’고 하지. 하지만 이 동물들이 내내 잠자는 것은 아니야. 곰이나 박쥐는 날씨가 너무 추우면 활동을 하면서 몸에 열을 내기도 한단다.

어동이 아하, 계속 ‘쿨쿨’ 자는 게 아니군요. 그럼 동물들은 왜 겨울동안 활동을 멈추는 건가요?

나성실 곰, 박쥐, 다람쥐 같은 ‘항온동물’은 바깥 기온과 상관없이 체온을 항상 따뜻하게 유지해. 하지만 겨울철에 먹이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을에 잔뜩 먹어서 살을 찌우고, 두꺼운 낙엽이 쌓인 곳이나 따뜻한 땅속에서 겨울을 보내지. 개구리, 뱀, 거북 같은 ‘변온동물’은 바깥 기온에 따라 체온이 변해. 겨울에 기온이 0도 아래로 내려가면 얼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겨울동안 따뜻한 곳에 있어야만 하지.

냉장고에서 잔다고?


벨라루스의 동물학자가 박쥐를 주머니 속에 넣는 모습. BBC 영상 캡처​

어동이 겨울잠은 동물들이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방법이었군요. 겨울잠을 자는 개구리 사진을 보았는데, 정말 죽은 듯이 움직이지를 않더라고요. 괜찮은 걸까요?

나성실 변온동물인 개구리는 겨울잠을 자는 동안 심장박동과 호흡이 거의 멎는단다. 하지만 체액 속에 있는 물질이 몸이 어는 것을 막아주지. 독일의 생물학자 리자 바르네케가 지난달 펴낸 ‘겨울잠을 자는 동물의 세계’에 따르면 고슴도치는 보통 35도이던 체온이 겨울잠을 잘 때 5도까지 떨어진다고 해. 보통 때 18㎖ 정도 마시던 산소는 0.08㎖만 마시지. 이처럼 겨울잠을 잘 때는 평소 사용하던 에너지의 0.5% 정도만 사용하면서 에너지를 저장한단다.

어동이 신기하네요. 참, 겨울잠을 자다가 기습공격을 당해서 상처를 입은 거북의 사진을 본적이 있어요. 겨울잠을 자는 동안 습격을 받는 일도 있겠네요.

나성실 맞아, 그런 경우도 있지. 그래서 벨라루스의 동물학자들은 개체 수가 줄어드는 박쥐를 보호하기 위해 이들을 냉장고에서 재우기도 했단다. 영국 BBC 방송이 지난달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들은 박쥐를 주머니 속에 넣은 뒤 냉장고속에서 봄까지 겨울잠을 재울 예정이라고 해.

사람도 겨울잠을 잘까?


우주선에서 저체온으로 잠을 자는 사람들의 모습 가상도. 스페이스웍스​

어동이 저도 추운 날에는 따뜻한 이불속에만 있고 싶어요. 사람한테도 겨울잠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나성실 하하, 믿기 어렵겠지만 실제로 사람에게 겨울잠을 자도록 한 연구가 진행된 적이 있단다.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씨넷은 “스페이스웍스가 저(낮은)체온 수면 우주여행을 연구하고 있다”고 지난해 10월 보도했어. 스페이스웍스의 목표는 약 2주 동안 우주비행사들의 체온을 5도 정도 낮춰서 저체온 상태로 잠자도록 하는 거야. 이 상태가 되면 산소나 에너지를 덜 쓰게 되면서 필요한 음식과 공기가 줄어들지. 그럼 우주선을 더 가볍게 할 수 있고, 더 많은 승객도 태울 수 있다는 구나.​

▶어린이동아 심소희 기자 sohi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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