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아, 거울아, 누가 제일 예쁘고 멋지니?’

가까운 미래에는 거울에 대고 이렇게 물을 필요 없이, 거울에 직접 ‘가장 예쁘고 멋진 사람’을 검색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은 거울을 터치스크린처럼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최근 공개했다. 터치스크린은 화면을 손가락으로 ‘톡’ 쳐서 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 장치.

이외에도 거울은 건강한 생활을 돕거나 친환경 발전(發電·전기를 일으킴)에도 이용되고 있다. 이처럼 거울의 특성을 활용한 연구들을 살펴보자.




거울 터치스크린에서 노래를 트는 김효수 연구교수. 카이스트 제공​

넓은 거울에 영화가?

카이스트 연구팀은 최근 ‘터치 사운드 위치 파악 시스템’을 개발했다. 터치 사운드 위치 파악 시스템이란 사람이 사물을 ‘톡’ 쳤을 때 나는 소리가 전달되는 속도를 바탕으로 소리가 나는 지점을 계산해내는 기술.

이 기술을 활용하면 거울을 마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처럼 사용할 수 있다. 거울이 마치 TV나 인터넷 화면 같이 변신하는 것. 예컨대 등교 준비로 바쁜 아침, 이를 닦으면서 오늘 날씨가 어떤지 거울을 보고 쉽게 알 수 있다. 거울로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듣거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쉽게 잠을 깰 수도 있다. 이 연구를 진행한 신인식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는 “거울이나 책상, 벽 등을 터치스크린으로 활용하게 되면 앞으로 실내 인테리어 방식도 굉장히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사람이 하이미러로 잡티를 확인하는 모습. 하이미러 제공​

몸속까지 보여줄게

거울은 우리가 매일 얼굴과 몸의 모습을 비추는데 사용하는 생활 필수품. 만일 거울에 잡티를 파악하거나 지방·근육량 등을 알려주는 기능이 있다면 어떨까?

대만의 칼-콤 빅 데이터가 만든 거울 ‘하이미러’는 이 기기에 부착된 카메라로 얼굴을 인식해 얼굴에 있는 잡티, 주름, 홍조 등을 분석해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네이키드 랩이 만든 3D(입체) 전신 스캐너 거울 ‘네이키드’는 신체 정보를 분석해 주는 거울. 이 거울과 연결된 특수한 발판 위에 서면 3D 스캐너가 몸을 훑으면서 키, 몸무게, 지방과 근육량 등의 신체 정보를 저장한다. 이 정보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보내져 사용자가 확인하면서 관리할 수 있다. 거울에 비친 사람의 스트레스 상태와 심박수(일정 시간 동안 심장이 뛰는 횟수), 헤모글로빈(적혈구 속에 들어 있는 산소운반물질) 수치까지 알 수 있는 ‘와이즈 미러’도 있다. 이 거울을 개발 중인 유럽 7개국의 연구자들은 심장병이나 당뇨처럼 오랜 시간 동안 병을 관리해야 하는 사람들이 이 거울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상에 태양광을 모으는 거울이 설치된 모습 조감도. 서울시 제공​

빛 모아 반사, 식물 쑥쑥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 땅 위에 놓인 종이에 돋보기로 햇빛을 모아서 비추면 어느 순간 종이가 활활 타오른다. 볼록한 거울렌즈가 햇빛을 한 점으로 모아 종이에 높은 온도를 전달하기 때문. 이처럼 빛을 한 데 모으고 반사하는 거울의 특성이 식물을 자라게 하는 데에도 활용된다. 최근 정원으로 변신을 예고한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지하공간에서다.

서울시는 높이 5m, 면적 850㎡인 이 지하공간을 식물 정원으로 바꿀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지하 공간에 정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하에서도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햇빛을 지하로 끌어들이는 채광(창문 등을 내어 햇빛을 비롯한 광선을 받아들임) 시설이 중요한데, 바로 여기에 거울이 사용되는 것. 서울시는 비구면거울(평면이나 둥근 면을 가진 형태가 아닌 거울) 두 개를 이용해 태양광을 모으고 특수 제작한 렌즈를 통해 이를 널리 퍼뜨릴 계획이다.​

▶어린이동아 심소희 기자 sohi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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