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진짜 같은데?
가상현실(VR) 기술이 오감(五感)을 사로잡기에 나섰다. 오감은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의 다섯 가지 감각. 시각과 청각 중심으로 발전돼왔던 지금까지의 VR 기술에서 더 나아가 후각, 촉각, 미각까지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연구들이 한창이다.
말레이시아 이매지니어링(Imagineering·상상과 공학을 합친 말) 연구소는 콧속에 전기 자극을 줘 특정 냄새를 맡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 기술이 발전하면? VR 기기로 고기 굽는 영상을 보면서 동시에 고기 굽는 냄새도 맡을 수 있다.
이처럼 가상의 세계를 보다 현실과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도울 연구들을 소개한다.
고기가 구워지는 영상을 보여주는 스마트폰. 이매지니어링 연구소 유튜브 동영상 캡처
‘바다 향기’ 보내줄게
말레이시아의 이매지니어링 연구소는 VR 기기와 같은 디지털 기구를 사용할 때 VR 화면에서 보이는 사물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최근 밝혔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의 콧속에 후각세포(냄새를 느끼는 감각 세포)를 자극시키는 선을 연결한 뒤 전기 자극을 주었다. 대부분은 향긋하거나 화학적인 냄새를, 일부는 과일 향이나 달콤한 향, 박하 향, 나무 향 등을 맡았다고 말했다.
연구팀 중 한 명인 아드리안 체옥 런던시티대 교수는 “이 기술이 발달하면 VR 화면이나 증강현실(AR) 화면을 보면서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친구에게 이모티콘을 보내듯 내가 먹고 있는 음식 냄새나 바다 냄새 같은 특정 냄새를 보내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매지니어링 연구소 연구팀이 실험 참가자의 콧속 세포에 자극을 주는 장면
벌레가 스멀스멀
머지않아 VR이나 AR 화면에서 보는 것을 생생하게 느끼는 순간도 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 디즈니리서치,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카네기멜런대는 지난 4월 공동 개발한 ‘포스 재킷’ 시험제품을 공개했다. 약 2.3㎏의 이 재킷 앞뒷면과 속, 팔 부분에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따라 부풀거나 줄어드는 공기 주머니 26개가 붙어 있다.
연구팀은 눈싸움 게임, 뱀이 기어가는 시뮬레이션(모의실험), 근육을 키우는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이 재킷을 입고 어떤 감각을 느낄 수 있는지 확인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달릴 때 심장이 쿵쾅거리거나 비나 눈을 맞는 느낌 등을 느꼈다. 어깨에 손이 얹혀지거나 끈적끈적한 물질이 등에 떨어지는 느낌, 팔에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또한 느낄 수 있었다.
포스 재킷(위)을 입은 실험 참가자가 VR 화면에 따라 달라지는 느낌을 체험하고 있다. 디즈니리서치,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카네기멜런대 제공
물이 레모네이드로 변신?
가짜로 ‘맛’을 느끼게 해주는 기술도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 소속 게이오-NUS CUTE 연구소는 지난해 4월 물을 레모네이드로 바꿔주는 장치를 만들어 발표했다. 이 장치는 특정 센서(sensor·감지기)에 저장된 정보를 다른 곳으로 똑같이 전달한다. 연구팀은 센서가 부착된 막대를 레모네이드에 집어넣어 신맛의 정도와 색깔 등을 파악한 뒤, 그 정보를 전극과 발광다이오드(LED)가 설치된 컵에 전달해 그대로 구현했다. 실제로 음료를 마시지 않아도 이 컵에 혀를 대면 레모네이드의 신맛을 느낄 때의 자극이 전달돼 마치 레모네이드를 마시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LED 불빛마저 노란색으로 조절하면 컵에 정말 레모네이드가 들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연구팀은 “이 장치로 신맛 외에 단맛, 짠맛, 쓴맛도 구현해 낼 수 있다”면서 “짠맛이나 단맛 등을 조절해서 섭취해야 하는 환자들이 이 장치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왼쪽 실험 참가자가 오른쪽 실험 참가자에게 레모네이드 정보를 보내는 장면. 게이오-NUS CUTE 연구소 제공
▶어린이동아 심소희 기자 sohi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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