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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국 1100주년 된 고려의 유물 엿보다…국립중앙박물관 ‘대고려전’
  • 장진희 기자
  • 2018-12-13 14: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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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에 오고 간 시 구절

지금으로부터 1100년 전 한반도에 고려(918∼1392)라는 나라가 세워졌다. 태조 왕건(877∼943)이 후삼국을 통일하고 세운 고려는 475년간 존속했다. 고려는 주변국과 활발히 교류하면서도 자국만의 독특하고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국가다.

고려가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하고 국제 무역항인 벽란도를 통해 다양한 국가와 무역을 했다는 것 외에 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사실이 또 하나 있다. 고려 조상들은 ‘차’를 즐겨 마셨다는 것.

현대에 비유하면 ‘카페 문화’가 발달했던 고려는 어떤 문화재를 남겼을까? 국립중앙박물관(서울 용산구)이 고려 건국 110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 전시장을 최근 찾았다. 전시에 등장한 유물을 통해 고려 조상들의 차 문화와 이에 얽힌 다른 문화도 함께 살펴보자.


건칠희랑대사좌상. 뉴시스


차 마시며 마음 다스린 고려 사람들

‘북두칠성으로 은하수 길어다 차를 달이는 밤/차 끓는 연기가 달의 계수나무를 감싸네.’

고려의 승려였던 혜심(1178∼1234)이 남긴 시 구절이다. 이번 전시에는 오감을 자극하는 미디어 아트 작품을 통해 마치 고려 문인들과 차를 마시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고려와 차 문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고려시대에는 하층민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일상적으로 차를 즐겨마셨다.

고려의 큰 불교 사원 입구에는 다점(고려시대 때 차를 팔던 가게)이 있어 예불을 드리기 전 차를 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다점은 오늘날의 카페처럼 차와 함께 곁들여 먹을 다식(후식으로 먹는 과자)을 팔았다. 승려들은 다점에서 수행을 위해 차를 달여 마시며 정갈한 마음가짐으로 부처를 모시기 위해 노력했다.

차를 마시는 문화는 왕실에도 있었다. 왕과 신하가 서로 차를 선물하며 예를 표했던 것. 왕은 국가의 큰 행사에 쓰거나 불전에 놓을 가루차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지식인 계층은 다른 이와의 학문적 교류를 위해 차를 즐겨 마셨다.


십일면천수관음보살좌상.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불교문화 꽃피웠던 고려

차로 맑은 정신을 가꾸며 부처를 모셨던 승려들이 고려시대에 활발히 활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태조 왕건이 불교를 국교(국가에서 법으로 정한 종교)로 삼아 부처의 힘으로 나라를 지키고 평화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펼쳤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태조 왕건의 스승이었던 희랑대사의 좌상(앉은 모습을 묘사한 예술품)을 관람할 수 있다. ‘건칠희랑대사좌상’은 국내 유일의 승려 초상 조각상이다. 자비로운 눈매와 잔잔한 입가의 미소는 희랑대사의 넉넉한 인품을 잘 보여준다.

고려시대의 불교 밀교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십일면천수관음보살좌상’도 전시됐다. 밀교는 신비한 주술을 외며 소원을 비는 의례다. 천개의 손을 가졌다고 해서 천수관음보살이라 이름 붙었지만 좌상에는 42개만 표현됐다. 각각의 손에는 지물(부처, 보살이 손에 지니고 있는 물건)이 들려 있는데, 고려 사람들은 지물에 새겨진 주문을 외우면 바라는 것이 이뤄진다고 믿었다.

차 문화가 만든 뛰어난 공예품

차 문화 발전은 아름다운 고려의 공예품을 탄생시켰다. 고려 왕실에서 연회를 개최할 때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화려한 주자(잔에 따르게 만든 주전자)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왕실에서는 꽃과 용 모양 등으로 섬세하게 만들어진 공예품을 사용했다.

세계에 단 한 점만 남아있는 은으로 만든 고려시대 주자와 받침대도 정교한 고려 사람들의 솜씨를 느낄 수 있는 공예품이다. 대나무 문양의 몸체 위로 수십 개의 잎을 가진 연꽃이 생생하게 피어있다. 꽃 위로는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오를 듯한 자태를 뽐내는 봉황이 보인다.


은제 금도금 주자(오른쪽)와 받침


▶어린이동아 장진희 기자 cjh062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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