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서울 종로구)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애니’에는 동물 배우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그 주인공은 바로 4세 골든 리트리버 달봉이. 달봉이는 주인공 애니와 만나 친구가 되는 개 ‘샌디’ 역으로 극에 등장한다. 개가 영화나 광고에 나오는 경우는 많지만, 공연 무대에 등장해서 연기를 펼치는 것은 드문 일. 달봉이는 어떻게 다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 연기할 수 있을까? 최근 서울 종로구 뮤지컬 애니의 연습실을 찾아 달봉이가 연기하는 모습을 지켜본 뒤 달봉이의 연기 훈련을 지도한 이찬종 이삭애견훈련소 소장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도 같이 “멍멍”


달봉이. 달봉이 보호자 제공​

뮤지컬 애니는 미국 뉴욕의 한 보육원에 사는 소녀 애니가 세계적인 갑부 올리버 워벅스를 만나 가족의 사랑을 깨닫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달봉이가 처음 등장하는 1막 2장의 배경은 뉴욕 빈민가 거리. 부모를 찾기 위해 보육원을 뛰쳐나온 주인공 애니는 낯선 거리를 헤매다 주인 없이 떠돌던 샌디와 친구가 된다.

애니 역을 맡은 전예진 양이 무대 가운데에 서자 무대 뒤편에서 대기하던 샌디 역의 달봉이가 훈련사의 지시를 받아 전 양에게로 걸어갔다. 전 양은 달봉이의 목줄을 잡고 달봉이에게 간식을 먹이며 걱정과 외로움이 사라진 내일을 기대하는 마음을 담은 노래 ‘투모로우(Tomorrow)’를 불렀다. 전 양의 노래가 클라이맥스로 치닫자 달봉이가 전 양을 바라보며 “멍멍”하고 크게 짖었다.

이 장면은 사전에 연출된 것이 아닌 달봉이의 애드리브(대본에 없는 대사를 즉흥적으로 함)로 완성됐다. 무대의 분위기가 고조되는 것에 맞추어 달봉이가 배우와 교감하며 자연스럽게 반응을 보인 것. 이 장면 이외에도 달봉이는 혼자 무대에서 정해진 동선을 따라 걷거나 애니 역을 맡은 배우의 부름에 따라 움직이며 연기를 이어나간다.

연습 또 연습!


달봉이와 연기하는 애니 역의 전 양​

달봉이는 어떻게 무대에서 연기를 보일 수 있는 것일까? 이 소장에게 달봉이의 연기 지도 방법을 묻자, “적절한 보상과 반복 학습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정해진 동선으로 알맞게 갔을 때는 맛있는 간식을 주고 그러지 못했을 때는 주지 않습니다. 이를 반복하다 보면 간식을 받을 수 있는 동선으로만 움직이게 되지요.”(이 소장)

달봉이는 이미 이전에 여러 번의 광고와 방송 촬영을 통해 많은 사람 앞에 서거나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에 익숙해졌다. 그만큼 상황에 대한 적응 능력과 공감 능력도 뛰어난 것. 이 소장은 “달봉이가 애니의 노래에 따라서 목소리를 내는 것도 풍부한 감성 덕분”이라고 말했다.

애니와 함께!


애니 역의 유 양과 편하게 쉬는 달봉이​

공연에서는 무엇보다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중요하다. 달봉이와 가장 많이 함께 연기하는 배우는 애니 역을 맡은 유시현 양과 전예진 양. 이 소장은 “달봉이가 애니 역을 맡은 배우들의 말을 잘 들을 수 있도록 특별히 두 배우와 친해지는 시간을 많이 갖는다”고 말했다. 이 과정을 통해 달봉이가 다른 배우들보다 애니 역을 맡은 배우들에게 집중하면서 연기를 할 수 있는 것.

애니 역의 두 배우는 달봉이에게 ‘앉아’ ‘일어서’ 등을 지시하는 간단한 손동작을 배우고 달봉이가 정해진 동선으로 갈 수 있도록 목줄을 가까이 잡는 등의 방법을 익혔다. 달봉이가 애니 역을 맡은 배우들과 눈을 맞출 때 간식으로 보상하면서 달봉이가 애니 역의 배우들의 행동에 잘 반응하도록 훈련을 하기도 했다.

애니의 연출을 맡은 김덕남 연출은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뮤지컬 애니에서 달봉이와 배우들이 멋진 모습을 보여줄 테니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어린이동아 이지현 기자 easy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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