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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라스틱 쓰레기로 우주를 만들었다고?
  • 장진희 기자
  • 2018-10-22 14: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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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사랑한 작가 ‘케니 샤프’, 쓰레기로 우주 만들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썩지 않는다고? 그럼 플라스틱으로 만든 예술품은 영원히 간직할 수 있을 거야.’

버려진 플라스틱이 바다를 오염시키는 현실을 안타까워한 미국 출신 팝아트(대중문화를 소재로 한 예술) 작가 ‘케니 샤프’는 쓰레기를 모아 색을 입히고 꾸며 이제껏 본적 없는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팝아트하면 통조림이나 만화 캐릭터 같이 기성품(이미 만들어진 물품)을 예술로 탈바꿈시킨 앤디 워홀이 유명하지만, 샤프는 기존의 팝아트에 자신이 상상한 우주나 환상의 세계를 표현해 ‘슈퍼팝(초현실주의 팝아트)’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다.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내년 3월 3일까지 열리는 ‘케니 샤프, 슈퍼팝 유니버스’ 전시의 대표 작품을 보며 샤프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읽어보자.


케니 샤프. 롯데뮤지엄 제공

우주를 사랑한 케니 샤프

우주를 빼놓고서는 샤프의 작품을 이해할 수 없다. 전시장 입구부터 우주에 떠 있는 하이힐에서 로켓 불꽃이 발사되는 ‘에스텔의 죽음’ 시리즈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1958년생인 샤프는 대학생이던 197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예술 활동을 시작했다. 이 시기는 미국과 소련의 이념 갈등이 극에 달한 ‘냉전시대’다. 이때 미국은 소련에 맞서 달 탐사선, 인공위성 등 경쟁적인 우주 개발에 집중한다. 갈등이 지속됨에 따라 핵전쟁에 대한 두려움도 끊이지 않았던 시기다.

이런 시대와 호흡하던 샤프는 핵폭발로 지구가 멸망한 이후의 모습을 그렸다. 미국 만화영화인 ‘고인돌 가족 플린스톤’ ‘미래 시대 우주가족 젯슨’ 등에서 영감을 받아 회화(평면에 형상을 그려내는 미술) ‘젯스톤’ 시리즈를 완성시킨 것. 핵전쟁과 인류 멸망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샤프는 유머를 잃지 않았다. 주인공들에게 동글동글한 눈망울과 커다란 주먹코를 그려 넣었고 어두운 현실을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담아 분홍색, 노란색 등 밝은 색채를 활용했다.

분홍색 시럽이 흐르는 도넛이 우주를 둥둥 떠다니는 작품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주 먹음직스러우나, 비만과 당뇨병 등의 원인이 되는 불량식품 도넛은 미국의 자본주의를 상징한다. 물질만능주의(돈을 가장 소중한 것으로 여기는 태도) 때문에 정작 타인에 대한 배려, 포용 등이 사라진 사회를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담은 것.


코스믹 카반(우주 동굴). 사진=장진희 기자

버려진 곰 인형, 예술이 되다

“처음 브라질의 열대우림을 여행하고 그 아름다움에 매료됐지요. 하지만 다음번에 방문했을 땐 정글이 사라지고 있어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샤프)

비닐봉투 낭비와 같은 잘못된 소비문화로 인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해 샤프는 지난달 한국에 방문해 아주 특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샤프는 한국 시민 50명이 기증한 폐장난감에 형광 물감을 칠하고 얼굴을 그려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어린이들이 갖고 놀던 플라스틱 목마, 물총, 테니스채, 곰 인형 등을 재활용해 방 하나를 통째로 환상적인 우주 공간 ‘코스믹 카반(우주 동굴)’으로 만들었다. 이곳에 들어서면 마치 샤프의 그림 속 주인공이 되어 우주를 여행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샤프가 버려진 물건을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활동에 집중하는 이유는 또 있다. 실생활에 자주 쓰이는 물건으로 작품을 만들면, 보다 많은 사람이 예술을 편하게 즐기리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라디오, TV, 전화기, 의자, 자동차 등 매일매일 마주하는 친숙한 제품에 그림을 그려 넣음으로써 ‘예술은 고상한 취향을 가진 이들만 즐기는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자 했다.



▶어린이동아 장진희 기자 cjh062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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