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옳지 않아요!”

어른들의 옳지 못한 행동에 당차게 맞서는 5세 소녀 ‘마틸다’. 영국 작가 로알드 달(1916~1990)의 소설 마틸다를 바탕으로 제작돼 영국에서 큰 인기를 끈 뮤지컬 마틸다가 비영어권이자 아시아 나라 중 처음으로 한국에서 공연을 올렸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오디션에 지원한 600명 중 최종 마틸다로 뽑힌 배우는 초등생 네 명.

이들이 연기하면서 느끼는 마틸다의 매력은 무엇일까? 대사 전달과 감정 표현 모두 중요한 뮤지컬을 소화하기 위해 이들은 어떤 노력을 했을까? 공연마다 당찬 소녀 마틸다로 변신하는 황예영(대전 유성구 대전어은초 5), 안소명(경기 화성시 반송초 4), 이지나(경기 화성시 영천초 4), 설가은 양(인천 부평구 인천부원초 3)을 마틸다 공연이 열리는 LG아트센터(서울 강남구)에서 최근 만났다.


왼쪽부터 뮤지컬 마틸다에서 ‘마틸다’ 역을 맡은 배우 설가은, 안소명, 황예영, 이지나 양

내 이야기를 들어볼래?

학교가 주요 배경인 이 작품에는 잘 먹거나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등 각양각색의 개성을 지닌 어린이들이 함께 등장한다. 많은 어린이 중 마틸다의 특별한 매력은 무엇일까?

배우들은 “‘다른 학생들과 다른 점’이 마틸다를 더욱 특별하게 하는 요소”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길 좋아하고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는 다른 어린이와는 달리 마틸다는 책 읽기를 좋아하고 부모에게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는 존재.

“겨우 다섯 살이지만 마틸다는 독서를 통해 다른 어린이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경험을 한 거예요.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줄 만한 일이 가장 많으니까 주인공이 된 것이라고 생각해요.”(황 양)

마틸다가 당당한 이유

이 뮤지컬은 주인공 자신이 경험하고 상상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극 전체를 이끌어간다. 마틸다는 총 26개 장면 중 무려 20개에 등장한다. 마틸다의 긴 대사를 소화하기 위해 배우들은 어떤 노력을 했을까?

배우들은 “대사는 외우고 또 외우는 것만이 답”이라며 웃었다. 한 문장을 완벽하게 외운 뒤 그 다음 문장을 외우고 합쳐서 처음부터 외워나간다는 것. 설 양은 “대사를 녹음해서 소리로도 여러 번 반복해 듣는다. 녹음된 대사를 잘 때 들으면서 자기도 한다”는 자신만의 노하우도 전했다.

소란스럽고 천진난만한 어린이들과는 달리 늘 감정을 억누르고 무뚝뚝한 마틸다를 연기하기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다른 어린이들은 짜증이 나면 바로 울음을 터트리거나 소리를 지르지만 마틸다는 그렇지 않다.

“마틸다는 화가 나도 화난 이유를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대면서 반박해요. 이런 점이 마틸다가 무서운 교장 선생님에게서 또래의 어린이들을 보호할 정도로 강하고 당당할 수 있는 이유인 것 같아요.”(이 양)

진정한 어른스러움이란

마틸다에 비해 철없고 유치하게 행동하는 뮤지컬 속 어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틸다를 연기하는 배우들은 뮤지컬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 중 누구를 진정한 어른으로 생각할까? 안 양은 극중에서 마틸다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허니 선생님을 꼽았다.

“허니 선생님은 ‘좋은 어른’이에요. 어린이가 원하는 꿈을 같이 이루게 도와주고, 어린이가 좋아하고 또 안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해보는 사람이요.”(안 양)

배우들은 이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당당함을 얻어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나도 마틸다처럼 당당해질 수 있을까?’ ‘나도 마틸다처럼 당당해지고 싶어!’ 하고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어린이든 어른이든 어려운 상황을 만나도 잘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길 거예요.”

▶어린이동아 심소희 기자 sohi07@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