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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초등생도 사로잡은 평냉의 슴슴한 맛
  • 김보민 기자
  • 2018-06-10 13: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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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식의 시대를 정복한 슴슴한 맛

눈높이 사설

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남북 정상회담 만찬에 올랐던 북한 옥류관 평양냉면.​ 판문점=뉴시스



얼마 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찾았다가 어린이 전시실 한편에 메모지가 가득 붙은 코너를 봤다. 통일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을 써 붙이는 곳이었는데 맞춤법도, 글씨도 엉망인 어린이들의 귀여운 글씨가 가득했다. 어떤 바람을 썼나 싶어 찬찬히 읽어봤는데, 한결같이 쓴 말은 이랬다. “평양냉면 먹고 싶어요!”

원래 냉면은 어린이들 입맛엔 어렵다. 평양냉면은 좀더 그렇다. 심심한 고기 육수에 메밀 면을 만 평양냉면은 호불호(좋음과 좋지 않음)가 갈리는 음식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 열풍까지 부르며 본격적으로 화제가 된 건 최근 일이다. 음식 관련 프로그램에 자주 소개되면서 ㉠미식가들이 즐기는 ‘어른스러운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게 됐기 때문이다.

‘초딩 입맛’으론 그 진가를 알 수 없다는 ‘평부심’(평양냉면에 대한 자부심을 뜻하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평양냉면은 일종의 문화현상이 됐다. *화룡점정을 찍은 건 올해 봄이다. 남북 정상회담 만찬(저녁식사)에 오른 뒤에는 이렇게 ‘진짜 초딩’의 입맛까지 접수해버렸으니 말이다.

탐식(음식을 탐냄)의 시대, 한국인 ‘먹방(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 투어’의 영역이 미치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 요즘은 백종원이 진행하는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처럼 아예 해외로 직접 가 제대로 된 원조를 즐기는 음식방송도 화제다. 단순한 먹방을 넘어 음식의 유래, 지역문화와 전통을 살피며 지적 욕구까지 채워준다. 하지만 ‘냉면의 원조’만큼은 슬픈 예외였다. 진짜 평양냉면 맛을 궁금해 했던 건, 생방송에서 시식에 나섰던 미국 CNN 진행자들이나 옥류관 냉면 맛을 상상만 해야했던 우리나 마찬가지였다.​

서울의 한 평양냉면 전문점에 시민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연일 초여름 더위가 이어진다. ‘평양냉면 입문자’도 즐길 수 있다고 알려진 서울의 유명 냉면집들은 이른 저녁부터 골목 안쪽까지 긴 줄이 생긴다. 지금껏 냉면은 평양이든 함흥이든, 그곳은 없고 냉면만 덩그러니 있던 ‘망향(고향을 그리워하며 생각함)의 음식’이었다. 하지만 그 심심한 맛이 ‘미식의 관문’이 됐고, 이제는 ‘통일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까지 앞둔 올해 다시 돌아온 ‘냉면의 계절’은 그래서 한층 각별하다. 메모지에 비뚤비뚤 쓴 어린이들의 ‘맛있는 꿈’이 이뤄지길 함께 바라본다.

동아일보 5월 30일 자 박선희 문화부 기자 칼럼 정리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어린이동아 김보민 기자 g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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