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임금에게도 별장이 있었다. 궁궐 밖으로 임금이 나갔을 때 머무는 곳인 행궁이다.

최근 충북 청주시는 “청주시 청원군 초정리에 세종대왕 행궁을 복원한다”고 밝혔다. 세종(조선 4대 왕)은 이곳에서 나는 초정약수로 눈병을 치료하기 위해 초수행궁을 짓고 머물렀다.

초수행궁과 함께 조선 왕실의 필요에 따라 발달한 전국 곳곳의 행궁들을 만나보자.​




조선 왕실의 온천

초수행궁 복원 가상도. 청주시 제공​

충북 청주시 청원군 초정리에서 나는 물인 초정약수는 광천수(미네랄이 포함된 땅에서 솟아나는 샘물)다. 이 광천수가 발견된 것은 약 600년 전. 조선왕조실록의 세종 26년(1444년) 1월의 기록에 따르면 어떤 이가 “청주에 물맛이 호초(후추) 맛과 같은 것이 있어 이름 하기를 초수라고 하는데, 모든 질병을 고칠 수 있다”고 세종에게 알려왔다. 이 소식을 들은 세종은 눈병을 치료하고자 사람을 보내 이곳에 행궁을 짓도록 했다. 초정행궁은 세종 30년(1448년)에 방화범에 의해 불타 없어지면서 현재 남아있지 않다.

충남 아산시의 온양행궁 역시 좋은 수질로 조선 왕들이 많이 찾았던 곳. 세종, 세조, 현종, 숙종, 영조 등 많은 조선 왕들이 이곳에 와 휴식을 취했다. 특히 피부병이 심했던 현종은 이곳을 자주 찾아 치료하기도 했다.

조선 왕실의 전유물이던 온양행궁은 성종(조선 9대 왕) 1년(1470년) 왕의 침실 일부를 제외한 공간을 개방해 일반인도 들어올 수 있게 했다. 왕이 찾지 않는 기간에 일반 백성들도 온천욕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 현재 온양행궁의 터 위에는 온양관광호텔이 있다.

효심이 깃든 화성행궁



화성행궁 정문 신풍루. 수원시청 제공​

사적 제478호인 경기 수원시의 화성행궁은 정조(조선 22대 왕)의 효심이 깃든 행궁이다. 수원시에 있는 아버지의 무덤에 참배할 때 머물기 위해 만든 공간이기 때문.

화성행궁은 정조 13년(1789년) 수원시 팔달산 동쪽 기슭에 만들어졌다.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현재 서울 동대문구의 배봉산 영우원에서 수원 현륭원으로 이장(무덤을 옮김)하면서 성곽을 세웠다. 정조는 1789년 10월에 사도세자의 무덤을 현륭원으로 옮긴 뒤 다음 해 2월부터 1800년 1월까지 11년간 12차례에 걸쳐 아버지의 무덤을 찾았다.

화성행궁은 576칸으로 국내 행궁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일제에 의해 낙남헌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설이 훼손되고 사라졌다. 이후 1996년 복원공사가 시작되어 2003년 일반에 공개되었다.

아픈 역사 담긴 행궁


남한산성행궁 외행전. 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 제공​

조선의 아픈 역사가 담긴 행궁도 있다. 경기 광주시에 위치한 남한산성행궁이 바로 그곳.

남한산성행궁은 전쟁이나 내란 등이 일어날 경우 후방의 지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한양 도성의 궁궐을 대신할 피난처로 사용하기 위하여 인조(조선 16대 왕) 4년(1626년)에 세워졌다.

실제로 인조 14년(1636년)에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피난해 47일간 항전(적에 대항하여 싸움)했다. 병자호란은 청나라가 조선을 침입하면서 일어난 전쟁으로 조선이 청나라에 항복하고 굴욕적인 외교를 맺는 방식으로 마무리되었다.

이후에는 숙종, 영조, 정조, 철종, 고종 등이 경기 여주시, 이천시 등으로 가는 능행(임금이 선조의 무덤에 찾아감)길에 머물러 이용했다.​

▶어린이동아 이지현 기자 easy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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