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퍼스트레이디, 바버라 부시의 장례식
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2013년 포틀랜드 시의 바버라 부시 어린이 병원에 방문해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생전의 바버라 부시. 포틀랜드=AP뉴시스
1990년 미국 명문여대 웰즐리대에서 졸업식을 앞두고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퍼스트레이디(대통령의 부인)가 축사하는 것을 놓고 일각에서
“남편이 대통령이라고 연단에 설 수 있냐”며 ‘자격’을 문제 삼은 것. 그 주인공이 바로 바버라 부시 여사다.
그러나 부시 여사는 여유 있는 미소로 졸업식 연단에 올랐다. 이어 “오늘 청중 가운데 나의 ㉠발자국을
뒤따라 대통령의 배우자로 백악관에 들어갈 사람이 있을지 누가 알겠느냐”는 한마디로 상황을
㉡단숨에 반전시켰다. 자신을 반대한 학생들에게 내심 불쾌할 법도 하건만 되레 정치 명문가를 이끈
여성다운 품격과 기개(씩씩한 기상과 곧은 절개)를 보여준 셈이다.
제41대 대통령 조지 부시의 부인, 제43대 대통령인 조지 W 부시의 어머니. 그의 타계(세상을 떠남) 소식이 전해진 뒤 “역대 최고의
퍼스트레이디”라는 평가와 더불어 추모 열기가 뜨겁다. 21일(현지 시간) 텍사스 주 휴스턴 시에서 열린 장례식에서는 유독 가짜 진주목걸이에 파란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이 눈에 띄었다. 백발에 주름진 얼굴, 가짜 목걸이가 트레이드마크였던 ‘국민 할머니’를 추모하는 차림새였다.
장례식이 치러진 세인트 마틴 주교회에서 바버라 부시의 관이 옮겨지는 모습. 휴스턴=AP뉴시스
미 전역에 생중계된 장례식에 4명의 전직 대통령과 4명의 퍼스트레이디가 함께했다. 남편과 아들 부부를 비롯해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부부, 현직 퍼스트레이디가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것. 미 언론은 전직 대통령도 아닌 퍼스트레이디의 장례식으로서는 이례적(보통 있는 일에서
벗어난 일)이라며 “서로 다른 정당의 전직 대통령들이 함께 슬픔을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소개했다. 두 명이나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어 갇힌
우리에게는 부러운 장면이다. 백악관 경호실은 대통령과 그 가족에게 코드네임을 붙인다. 부시 여사의 코드네임은 ‘tranquility(평온)’.
그는 대통령 남편의 권력을 빌린 요란한 대외활동이 아니라 다정하고 소박한 퍼스트레이디로 미국인의 가슴에 오래 남을 것이다.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동아일보 4월 23일 자 고미석 논설위원 칼럼 정리
▶어린이동아 이지현 기자 easy27@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상업적인 댓글 및 도배성 댓글, 욕설이나 비방하는 댓글을 올릴 경우 임의 삭제 조치됩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