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평창 올림픽 폐회식이 열린 강원 평창군 올림픽스타디움. 이날 천재 기타리스트로 소개된 양태환 군(13)이 검은 가죽 재킷을 입고 비발디 사계 중 ‘겨울’의 변주곡을 전자 기타로 연주해 첫 무대를 장식했다.

곱슬머리를 흔들며 펼친 열정적인 연주로 주목을 받은 양 군은 2012년 SBS 예능 프로그램 ‘스타킹’에 기타 신동으로 소개되며 알려진 인물.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평창 겨울올림픽 인터넷 스타’에 꼽히기도 했다. 강원 화천군 화천중에 입학해 중학교 1학년이 된 그를 최근 인터뷰했다.



중학생 기타리스트 양태환 군. 양태환 군 제공

기타에 ‘푹’

양 군은 7세 때 장난감 기타를 가지고 놀다가 기타에 매혹됐다. 줄을 ‘통통’ 튕길 때마다 소리가 나고, 기타만 들고 있으면 어디서든 연주할 수 있는 점이 좋았던 것. 그 해에 아버지로부터 바로 전자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엔 손이 작아 기타 줄에 손가락이 쉽게 닿지 않아서 연습하기 어려웠어요. 하지만 당장 소리가 나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해 손가락을 줄에 뻗었고 나지 않는 소리는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계속 연습했지요. 그러다보니 손가락 힘도 세졌고 손가락도 점점 길어져 지금은 어느 곡이든 연주할 수 있게 됐어요.”(양 군)

학교를 마친 뒤 매일 1∼2시간씩 연습실에서 기타를 연습했던 그는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행사 무대, 연주회 등에 참가해 실력을 갈고닦았다. 양 군 연주의 특징은 빠른 손놀림과 음악에 한껏 몰입한 표정.

“한 곡을 연습할 땐 유튜브에서 해당 곡을 연주한 기타리스트의 영상을 찾아보거나 스스로 계속 음악을 연주해보면서 어떤 감정을 표현해야 할지 연구해요. 슬픈 감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연주 내내 그 감정을 생각하고 표정으로 드러내려고 노력하지요.”(양 군)

자신감 가득

양 군이 평창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로부터 연락을 받고 폐회식 공연을 연습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12월. 그는 “평창 올림픽을 마무리 짓는 중요한 공연에 선다는 부담감에 매일 5∼6시간씩 연습했다”면서 “추운 겨울 뜨겁게 경기를 펼쳤던 선수들을 생각하며 겨울 변주곡을 연주했다”고 말했다.

“관객이 많아서 살짝 긴장도 됐어요. 하지만 이왕 방송으로 나오는 거 멋진 모습을 보여주자는 생각에 자신감을 갖고 당당히 연주했지요.”(양 군)

그는 “이번 공연을 마치고 나니 앞으로 어떤 공연이건 절대 떨지 않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진 만큼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야겠다고 결심도 했다”며 웃었다.



평창 올림픽 폐회식에서 연주하는 양 군. 평창=AP뉴시스

“다양한 경험 해보세요”

양 군은 6년째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유튜브 계정에 자신의 기타 연주 영상을 올리고 있다. 최근엔 영상 편집 방법을 배워 직접 매주 한두 개의 영상을 찍고 편집해 유튜브에 올리기도 한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이 남긴 댓글을 보고 자신감을 얻거나 부족한 부분은 고친다. 2015년엔 록 음반 ‘동구래’를, 지난해엔 동생 및 또래들과 함께 애국심을 노래한 음반 ‘발해의 후손’을 내기도 했다. 그는 “기타뿐 아니라 피아노, 바이올린 등 다양한 악기를 배우고 작사·작곡법도 익혀 계속 음악을 하고 싶다”면서 “음악을 통해 나를 표현하는 것이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경험을 해보세요. 그러면 음악을 연주할 때 떠올릴 장면이 많기 때문에 풍부한 감정으로 표현할 수 있어요. 저는 연주할 때 산이나 강에서 맘껏 뛰놀던 순간을 자주 떠올린답니다. 그러면 더 신나고 자유로운 기분으로 음악을 연주할 수 있어요.”(양 군)

▶어린이동아 이채린 기자 rini1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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