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영화 제작사인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 ‘블랙팬서’가 인기를 끌면서 이 영화에 대한 어린이들의 관심도 높다. 이 영화는 희귀 금속 ‘비브라늄’을 생산해내는 나라 ‘와칸다’의 왕인 티찰라가 슈퍼히어로인 블랙팬서가 되어 비브라늄을 빼앗으려는 악당들로부터 와칸다를 지킨다는 내용.

영화의 핵심인 비브라늄은 가상의 물질로 영화에선 세계에서 가장 단단한 금속 중 하나로 설정된다. 비브라늄은 단단하고 가벼워 무기, 자동차 심지어 또 다른 히어로인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와 티찰라가 입는 블랙팬서 슈트에도 사용된다. 현실엔 비브라늄 만한 금속은 없는 걸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비브라늄처럼 강해 다양하게 활용되는 실제 금속들을 소개한다.

영화 ‘블랙팬서’의 한 장면.​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녹슬지 않고 독성 없어

현실 속 비브라늄으로 꼽히는금속 중 하나는 ‘티타늄’이다. 티타늄은 영화 ‘아이언맨’에서 아이언맨의 슈트 소재로 등장할 만큼 실제로 단단한 금속이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금속인 철보다 40%가량 가볍지만 약 2배의 강도를 자랑해 탄도미사일(로켓의 추진력으로 날아가는 미사일) 같은 무기의 소재로 자주 쓰인다.

티타늄의 장점 중 하나는 녹이 잘 생기지 않는다는 것. 티타늄은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하면 표면에 얇고 견고한 산화(산소와 결합하거나 수소를 잃음)막이 생긴다. 산화막이 한 번 생기면 티타늄은 거의 부식(금속이 삭음)되지 않는다. 금속이 산소와 결합하면 부식되는데 산화막이 더 이상 산소와 결합하는 것을 막기 때문.

오래 사용해도 형태가 쉽게 변하지 않아야 하는 스포츠 기구나 반지에 티타늄이 사용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온라인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저스의 후원을 받아 미국에 만들어지고 있는 ‘만년 시계’의 소재도 티타늄. 만년 시계는 1만 년 동안 서서히 움직이는 시계다.

산화막 덕분에 티타늄은 인체 내에 오래 있어도 다른 물질과 반응하지 않아 독성 물질을 내뿜지도 않는다. 인공 뼈, 치과 치료용 나사 등 의료용 금속으로도 활용된다. 다만 티타늄의 가격은 숟가락, 냄비 등에 쓰이는 스테인리스강의 10배라는 단점이 있다.

티타늄 소재의 자전거. roadcyclinguk​

가볍고 튼튼

신소재인 마그네슘합금(주성분인 마그네슘과 여러 물질을 섞어 만든 금속)도 비브라늄 만큼 다양하게 활용되는 금속이다.

마그네슘합금은 금속임에도 비교적 가볍다. 캔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무게의 약 65%로 가벼운데 강도는 2.8배 높다. 주로 비행기 부품, 전투기, 스포츠카의 소재로 쓰인다. 평창 패럴림픽(국제 신체장애인 체육대회)에 출전하는 우리나라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썰매에도 마그네슘합금이 사용됐다. 썰매가 가벼울수록 선수들이 빙판 위에서 쉽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

마그네슘합금은 다른 금속에 비해 방열성(열을 내뿜는 성질)이 특히 뛰어나며 전자파를 잘 차단한다. 마그네슘합금이 휴대전화, 게임기 등 전자기기의 부품으로 쓰이는 이유다. 하지만 마그네슘합금은 녹이 잘 슬어 이를 막는 특수 코팅 처리가 필요하다.



마그네슘합금으로 만든 우리나라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썰매. 매시브블레이드 제공​​

철, 니켈, 코발트에 여러 금속을 합쳐 만드는 ‘초합금(슈퍼 알로이)’도 주목할 만하다. 초합금은 650도 이상의 뜨거운 온도에서도 강철만큼의 단단함을 유지해 모습이 바뀌지 않는 금속이다. 고온을 잘 견디는 데다 쉽게 녹슬지도 않아 자동차의 휠, 항공기의 엔진, 우주선 등에 사용된다.​


초합금으로 만든 롤스로이스의 비행기 제트 엔진. BBC​

도움말=임수근 경상대 금속재료공학 교수, 김헌주 부경대 금속공학과 교수

▶어린이동아 이채린 기자 rini1113@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