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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평창올림픽 ‘노메달’도 값지다
  • 김보민 기자
  • 2018-02-08 15: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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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보다 값진 땀과 눈물

똑똑하다 vs 열심히 한다, 둘 중 어느 쪽이 바람직한 칭찬일까. 미국 교육심리학자 캐럴 드웩 교수 팀의 초등생 대상 연구에 따르면, 후자 쪽이다. 성과나 능력보다 성품과 노력을 언급할 때 칭찬의 효과가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냉혹한 승부가 지배하는 스포츠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불멸(사라지지 않음)의 신화를 남긴 대표적 사례가 있다. 미국 스포츠매체 ESPN이 ‘20세기 최고의 감독’으로 선정한 존 우든. 그가 이끈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농구팀은 1964∼1975년 88연승, 그리고 전미대학농구대회 10차례 우승의 엄청난 기록을 남겼다. 뜻밖에도 우승 비결은 승부에 집착 말고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라는 교과서적 가르침. 그는 ‘승리’란 말을 거의 입에 올리지 않았다. 선수들이 제 역할을 못하면 설사 이겨도 ‘실패한 경기’로 평가했다. 능력보다 노력에 방점을 찍은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



7일 오전 강원 강릉 평창겨울올림픽 선수촌 앞 국기광장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의 공식 입촌식 행사가 열렸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우든 감독이라면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을 코앞에 두고 불거진 여러 논란을 어떻게 보았을까. 88서울올림픽 후 30년 만의 올림픽, 그 시간만큼 우리는 성숙했을까. 그때나 지금이나 메달 중심, 성적 지상주의(성적을 가장 으뜸으로 삼는 주의)는 별반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메달로 선수의 서열과 가치 전부를 매길 수는 없다. 대중의 관심이 있고 없고가 경기 종목의 우열을 나타내지도 않듯이. 국가대표의 광채가 빛나는 올림픽이라면 더 그렇다. 태극마크 선수들이 평창에 오기까지 쏟은 땀과 눈물은 메달권이든 아니든 똑같이 짜다.

노메달은 실패나 낙오와 동의어가 될 수 없다. 입시 낙방이나 선거 낙선을 보는 것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주최국으로서의 자격을 의심받을 일이다. 6일 메달권과 거리가 먼 루지(발을 앞으로 향하고 누운 채 타는 썰매 종목) 대표팀 소식이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썰매의 한 종목인 루지팀은 독일에서 귀화한 여자선수를 포함해 모두 5명. 그중 3명이 뼈가 부러지고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등 부상을 입었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최선의 기량을 펼치겠다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똘똘 뭉쳤다. 이들의 투혼은 그 어느 메달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값지다.

최강 한파는 어쩔 수 없다 해도 우리 내부의 메달집착증이 평창의 성공에 걸림돌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메달과 인기라는 당장 눈앞의 계산법을 잣대로 차별과 소외를 작동하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 이번 올림픽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선수 모두에게 경의를 보낸, 그리고 과정을 주목하는 새로운 가치관이 정착된 대회로 기억되길 기대해본다. 

결과만큼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 이것이 곧 올림픽 정신인 동시에 우리가 그토록 열망해온 민주주의의 핵심 정신이 아니던가.

동아일보 2월 7일 자 고미석 논설위원 칼럼 정리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어린이동아 김보민 기자 g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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