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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세종병원-신라병원의 차이는 ‘방화문’
  • 김보민 기자
  • 2018-02-01 14:2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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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방화문, 막힌 비상구, 잠긴 소화전…안전불감증 ‘심각’

화재 발생 시 연기와 불길이 층간에 퍼지는 것을 막아주는 게 방화문(防火門)이다. 방화문이 제대로 닫혀 있으면 계단은 대피로가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순식간에 유독가스를 빨아들이는 굴뚝이 된다. 39명이 목숨을 잃은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은 발화 지점인 1층에 방화문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2층 위로는 방화문이 있었지만 손잡이에 철제 끈이 매달려 있어 평소 열어둔 것으로 추정된다. 생명의 통로가 돼야 할 비상구도 ‘관계자 외 출입금지’ 표시가 걸린 수술실 안에 있었다. 환자나 일반인은 애초 접근이 불가능했다.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의 3층 방화문이 검게 그을린 채 열려 있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밀양 세종병원 참사 다음 날 발생한 대구 신라병원 화재는 기본적인 안전시설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처음 불이 붙은 2층의 방화문을 닫고, 환자와 병원 직원 등 46명 전원이 계단을 통해 건물 밖으로 탈출했다. 희생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아주 사소한 기본만 지켰더라도 밀양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으리란 안타까움이 크다. 한 달여 전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때도 불법 주차, 가려진 비상구 등 부주의가 쌓여 큰 화를 불렀기에 더 참담할 따름이다.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도 생활 속의 안전불감증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2014년 9명이 숨지고 110명이 다친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현장을 동아일보가 둘러보니 여전히 화재에 무방비 상태였다. 영화관과 아웃렛의 방화문은 활짝 열려 있고, 지하의 비상구는 굳게 잠겨 있었다. 지난달 28일 불이 난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도 동파(얼어서 터짐) 우려로 소화전을 잠가둔 탓에 소방차 호스를 14층까지 끌어와야 했다. 결국 일가족 3명이 숨졌다. 

다들 ‘설마 괜찮겠지’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대가는 참혹했다. 그동안 우리는 시간과 비용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안전을 뒷전으로 여겼다. 안전을 볼모로 삼은 각종 편법과 불법에도 관대했다. 그러나 참사의 교훈을 내팽개치면 우리 곁에 언제든 비극의 씨앗이 잉태될 수 있음을 잇달아 목격했다. 피해를 키운 원인과 책임은 분명히 규명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안에 잠재된 안전의식이 달라지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동아일보 1월 30일 자 사설 정리




▶어린이동아 김보민 기자 g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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