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수호자 ‘혹등고래’...기다려 ! 내가 구해줄게
가장 잘 알려진 혹등고래의 선행은 아기 바다표범을 구해준 사례다.
2009년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로버트 피트먼 박사는 남극 바다의 한 빙하 위에 새끼 웨델 바다표범이 앉아 있고, 그 주변 물속에서 범고래들이 뱅뱅 돌며 바다표범을 사냥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범고래들은 지느러미로 큰 파도를 일으켜 바다표범을 물에 빠뜨리려는 중이었다. 그 순간 혹등고래 두 마리가 나타났고 이중 한 마리는 몸을 뒤집어 바다표범을 자신의 배 위에 오르게 했다. 다른 한 마리는 지느러미로 물을 내리쳐 범고래들을 쫓았다. 범고래 무리가 사라지자 혹등고래는 빙하 위에 바다표범을 안전하게 내려주었다.
혹등고래는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해마다 여름이 오면 북태평양의 베링해는 크릴새우 같은 먹이로 가득해진다. 이 시기에 혹등고래, 귀신고래 등의 고래들은 베링해로 몰려드는데 이곳으로 들어가려면 ‘유니맥 패스’라 불리는 좁은 해협을 지나야 한다. 범고래들은 여기서 머물며 작은 고래를 마구잡이로 잡아먹는다.
심지어 혹등고래가 어린 동물의 사체까지 지켜준 일도 있었다.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한 바다에서 ‘몬테레이만 고래 감시 단체’는 귀신고래 새끼 한 마리가 범고래의 공격을 받고 안타깝게 숨지는 장면을 관찰했다. 범고래들이 새끼 고래를 뜯어 먹으려는 순간 혹등고래들이 몰려와 이를 가로막았다. 6시간 동안 범고래가 새끼 고래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새끼 고래를 둘러쌌다.
잠수 중인 사람을 만나면 지느러미를 이용해 위험을 경고하기도 한다. 사람 주위에 난폭한 동물이 있거나 위험한 지대가 있으면 지느러미를 살살 흔들어 “여긴 위험해”라고 알려주는 것.
혹등고래가 이런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능이 높은 혹등고래가 다른 동물이 위험에 처한 상황을 잘 이해하고 도와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과학자들은 모성애가 강한 혹등고래의 특성과 관련 있다고 본다. 혹등고래는 수개월 간 거의 굶주린 채 새끼에게 매일 500L의 젖을 먹이며, 10분에 한 번씩 등으로 새끼를 물 위로 올려 산소를 마시게 한다. 이런 혹등고래가 다른 종의 새끼가 위험에 처한 장면을 보면 자신의 새끼를 떠올리게 되고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
▶어린이동아 이채린 기자 rini1113@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상업적인 댓글 및 도배성 댓글, 욕설이나 비방하는 댓글을 올릴 경우 임의 삭제 조치됩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