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보물찾기

2주에 한 번씩 ‘한국사 보물찾기’가 연재됩니다. 국보, 보물, 사적과 같은 우리 문화유산에 얽힌 역사 이야기를 알기 쉽게 풀이 해주는 코너입니다. 우리 문화유산도 배우고 한국사 상식을 쑥쑥 높여 보아요.

최근 표암 강세황(1713∼1791)의 증손인 강노(1809∼1886)의 초상화가 미국에서 우리나라로 돌아와 화제였습니다.

문화재청 소속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미국 온라인 경매 입찰을 통해 구매한 ‘강노 초상’을 지난 8일 국내로 들여와 최근 공개했어요. 이로써 강현(1650∼1733)부터 2대 강세황, 3대 강인(1729∼1791), 4대 강이오(1788∼?), 5대 강노까지 진주 강 씨 5대의 초상화가 국립중앙박물관(서울 용산구) 한 곳에 모이게 됐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내년 이들의 초상화를 모아서 전시를 열 계획이라고 해요.

진주 강 씨 5대 가운데 강세황은 조선 후기 유명 화가인 김홍도와 신위의 스승이자 시·서·화에 능해 ‘삼절(三絶·세 가지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로 불렸던 조선시대 양반 가문의 문인 화가입니다. 강세황이 어떤 인물이었는지 강세황이 말하는 가상 이야기로 알아봅시다.

벼슬보다 그림에 전념

안녕하시오. 나는 표암 강세황이라 하오. 나의 호 표암(豹菴)의 ‘표’는 ‘표범’을 뜻한다오. 어릴 적부터 내 등에 표범처럼 흰 얼룩무늬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호를 짓게 되었지.

나는 글을 짓거나 글씨를 쓰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소. 8세부터 시를 지었고 내가 13, 14세에 쓴 글씨를 얻어다 병풍을 만든 사람이 있을 정도였지. 부모님이 일찍이 교육을 뒷바라지 해 주어 나는 벼슬에 나아가지 않고 글과 그림의 세계에만 전념할 수 있었소. 처가인 진주 유 씨 집안에서도 나를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지해 주었지.

나는 다른 이들보다 아주 늦은 나이인 61세에 영조 임금(조선 제21대 왕)의 배려로 벼슬에 올랐소. 69세에는 정조 임금(조선 제22대 왕)의 어진(초상화) 제작을 감독하기도 했다오.

보물이 된 강세황의 그림

나의 글씨와 그림을 소개하겠소. 조선시대 후기인 조선 제19대 왕 숙종 때부터 영·정조 때까지 화가 사이에서는 우리나라에 실제로 있는 산과 냇물 등 경치를 그리는 ‘진경산수화’가 매우 유행했다오.

내가 송도(현재 북한의 개성)와 북쪽의 오관산, 천마산, 성거산 주변의 풍경을 그린 16점의 그림과 3건의 글을 모아놓은 ‘송도기행첩’은 개성 주변의 명승지 그림을 한데 모은, 현존하는 유일한 서화첩이오. 세상 사람들이 일찍이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이지. 이것에 실린 작품 중 ‘영통동구도’는 아마 독자들에게도 익숙할 거요. 초등 5학년 미술 교과서에 실려 있기 때문이지. 나는 이 작품에서 바위의 입체감을 살리고 싶었다오. 그래서 먹을 이용해 색을 진하고 옅게 칠하는 음영법을 사용했지. 

참, 내가 1790년 겨울에 중국 송나라의 유학자인 양시, 정호 등이 남긴 칠언시를 행초로 쓴 ‘표암유채’가 2010년에 보물 제1680호로 정해졌다니 영광이오. 행초란 열 가지 서체 중 행서(획을 약간 흘려 쓰는 서체)와 초서(획을 가장 흘려 쓴 서체로서 획의 생략과 연결이 심함)를 합한 것을 말하지. 내 나이 77세에 쓴 글씨니 완숙함(재주나 기술 따위가 아주 능숙함)이 돋보이지 않소?​

▶어린이동아 심소희 기자 sohi07@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