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아프리카 펭귄 ‘미스터 그리디(Mr.Greedy)’.

미국 동부 메릴랜드 주의 한 동물원에 살던 이 펭귄이 230마리의 자손을 남기고 33세의 나이로 최근 세상을 떠났어요. 미스터 그리디는 암컷 ‘미세스 그리디(Mrs.Greedy)’를 짝으로 두고, 한평생을 사이좋게 지냈지요. 미스터 그리디처럼 수컷 펭귄들은 보통 1마리의 암컷 펭귄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암컷을 대신해 알을 품는 등 놀라운 가족애를 보여줘요.

귀여운 외모 뒤에 가려진 수컷 펭귄의 따스한 가족 사랑을 살펴볼까요?

내 사랑은 한눈에 콕! 찾지

가슴에 검은 점박이 무늬가 있는 아프리카 펭귄들의 모습. CNN 홈페이지 캡처

아프리카 펭귄들이 바닷가 주변에 모여 있다.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안녕하세요? 전 ‘미스터 그리디’와 같은 수컷 아프리카 펭귄이에요. 우리 아프리카 펭귄은 남극에 많이 사는 다른 펭귄들과 달리 바닷물의 온도가 10∼20도 정도인 아프리카 남서부 쪽 바다에 살아요. 어른 펭귄이 됐을 때 키는 약 70㎝에 몸무게는 2∼5㎏ 정도 나가지요. 가슴의 동그란 점 같은 무늬는 우리의 트레이드 마크! 미스터 그리디처럼 수컷 펭귄들은 평생 한 마리의 암컷과 알콩달콩 지내요. 이것을 ‘일부일처제’라는 말로도 부르지요.

우리 펭귄 부부들이 얼마나 사이가 좋으냐면요. 펭귄은 무리 생활을 해 암수 펭귄 여러 마리가 떼로 모여서 지내는데, 전부 비슷하게 생긴 펭귄들 가운데 배우자 펭귄을 척척 알아볼 정도! 이탈리아 토리노대 연구진에 따르면 우리는 시력이 좋아서, 다른 펭귄들의 가슴과 배에 있는 점박이 무늬를 보고도 서로를 구분한다고 해요. 아프리카 펭귄들은 생후 3∼5개월이 되면 사람의 지문(손가락 끝마디 안쪽에 있는 살갗의 무늬)처럼 고유한 패턴의 점박이 무늬가 상체에 생기게 되는데, 털이 빠지는 털갈이 시기를 지나도 이 패턴은 평생 바뀌지 않아요. 실험에 참여한 펭귄들은 배우자의 이런 패턴을 보고 서로를 찾아냈다고.

물론 아프리카 펭귄 말고 다른 펭귄들도 자신의 배우자 펭귄을 특징에 따라 골라낸다고 해요. 사람들의 눈엔 모두 비슷한 펭귄처럼 보이겠지만, 우리에겐 평생을 함께하는 펭귄이 특별히 눈에 쏙 들어온답니다.

낳는 건 아내가, 품는 건 내가

황제 펭귄들이 새끼 펭귄들을 품에 감싸고 있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아유, 말 시키지 마세요…. 지금 ‘알’ 품느라 바빠요!

수컷인데 왜 알을 품고 있느냐고요? 아프리카 펭귄은 보통 암수 펭귄이 번갈아 알을 품지만, 저 같은 ‘황제펭귄’은 수컷이 이를 도맡아 하거든요. 황제펭귄은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펭귄 가운데 덩치가 가장 큰 펭귄이랍니다. 키는 최대 122㎝에 몸무게는 22∼45㎏까지도 나가지요. 수컷들은 새끼를 품을 때 몸무게가 크게 줄어요ㅜㅜ. 알을 품는 과정이 만만치 않거든요. 우린 차가운 날씨의 남극에 사는데 가장 추운 때인 5∼8월이 번식기! 이때 아내는 알을 낳고, 먹이를 몸에 저장하기 위해 바다로 나가요. 수컷은 알과 함께 남아 따뜻하게 품으며 안전하게 지켜야 하지요.

알에서 새끼가 깨어날 때까지는 약 60일이 걸려요. 우린 그 기간 거의 먹지도, 움직이지도 않지요. 오로지 발 위에 있는 주머니에 넣은 알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으로 품고 있지요. 최소한의 수분 섭취를 위해 주변의 눈을 약간 먹는 게 다여서, 이때 수컷들은 10㎏ 정도 살이 빠져요.

고된 시간을 거쳐 새끼가 태어나면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혹시 ‘엄마 펭귄도 없는데, 아기 펭귄이 배고프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든다면 걱정 붙들어 매세요. 수컷 펭귄은 자신의 위(소화기관)에 있는 먹이를 아기 펭귄에게 먹일 수 있습니다. 사람이 아기에게 분유나 보드라운 이유식을 주는 것처럼요.

새끼가 태어난 지 열흘 쯤 지나면 암컷이 돌아오고, 그때부턴 서로 번갈아서 사냥을 나가요. 이 과정이 고생스럽지 않느냐고요? 가족을 지키는 일인데, 아빠 펭귄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인걸요!

▶어린이동아 권세희 기자 ksh0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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