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진압 후 검게 그을린 리튬 배터리 공장. 화성=뉴시스

지난 24일 경기 화성시 리튬 배터리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는 모습

[오늘의 키워드] 리튬 배터리

리튬 배터리는 스마트폰, 노트북, 전기차 등에 폭넓게 쓰이는 배터리예요. 같은 크기의 다른 배터리보다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고, 무게가 가벼워 실생활에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에요. 하지만 에너지 밀도가 높기 때문에 화재 위험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지난 24일 경기 화성시의 리튬 배터리 공장에서 큰 화재가 발생해 23명이 목숨을 잃고, 8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비참하고 끔찍한 일)가 발생했어요.

화재가 발생한 장소에선 리튬 배터리를 검수하고 포장하는 작업이 이뤄지는데 당시 리튬 배터리 완제품 3만5000여 개가 보관돼 있던 것으로 알려져요. 이곳에 있던 하나의 리튬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도미노처럼 다른 리튬 배터리에 불이 번졌고 연쇄 폭발을 일으키며 큰 화재로 이어진 거예요.

리튬 배터리 화재의 경우 불을 끄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요. 가열되면 ‘열 폭주’ 현상이 일어나 연쇄적으로 폭발이 일어나기도 해요.

미국의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긴급 대응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전기차의 리튬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직접 물을 뿌려 불을 끄는 데 24시간이 걸리고, 1만1000∼3만L의 물이 필요하다고 해요. 일반 자동차에서 불이 났을 땐 진압에 길어야 30분이 걸리고, 1000L 정도의 물이 필요한 것에 비해 더 많은 시간과 물이 필요한 거예요.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하면서 전기차가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화재에 대한 우려도 계속돼 왔어요. 이런 우려는 전기차에 탑재된 리튬 배터리 때문. 리튬 배터리에서 불이 붙으면 ‘열 폭주’ 현상 때문에 큰 불로 번질 수 있고, 진화(불을 끔)도 어렵거든요.

리튬 배터리는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액 등으로 구성되는데요. 여기서 분리막이 손상되면 양극과 음극이 접촉해 과열되면서 폭발이 일어나는데, 이를 ‘열 폭주’ 현상이라고 해요. 이렇게 불이 날 경우 온도가 600∼1000도 이상이 되기 때문에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는 거예요. 또한 배터리 내부에서 열이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불이 꺼진 것 같아도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도 있지요.

특히 불이 붙은 리튬 배터리가 물을 만나면 2차 폭발로 이어질 수 있어 진화가 어려워요. 화재가 어느 정도 잠잠해진 다음에야 물과 마른 모래를 이용해 불을 끌 수 있다는 점도 화재 진압의 어려움으로 꼽히지요. 소방당국은 이번 화성 배터리 공장 사고 현장 진화 과정에 대해 “마른 모래 등을 활용한 진화 방식까지 검토했으나, 화재 진압 전에 배터리가 다 탄 상황이라 물을 이용했다”고 밝혔어요.

2022년 미국에서는 테슬라 차량에 불이 났을 때 물을 아무리 뿌려도 배터리에서 치솟는 불길이 잡히지 않자, 1만7000L의 물을 채운 물웅덩이를 만들어 화재를 진압하기도 했어요. 불에 타고 있는 전기차를 엄청난 물웅덩이에 풍덩 잠기도록 한 것이지요.

당시 미국 소방서 대변인은 “전기차 화재는 소방관들이 이전에 접해보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과제”라며 “전기차 화재 진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리튬 등 금속에서 발생하는 금속 화재는 소방법상 화재 유형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아요. 즉, 전용 소화기를 개발하기 어려운 게 문제. 이에 리튬 배터리 사용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금속 화재 전용 소화기를 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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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동아 남동연 기자 nam0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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