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강 석굴 관광지 내 화장실에 사용 시간을 보여주는 장치가 부착되어 있다. 텔레그래프 홈페이지 캡처

중국에 있는 윈강 석굴의 불상 모습. CNN 홈페이지 캡처

[오늘의 키워드] 윈강 석굴

중국 산시성 다퉁에 있는 중국 최대의 석굴사원으로, 약 1500년 전 만들어졌어요. 이곳에는 252개의 동굴이 있고, 조각상만 해도 5만 개가 넘을 정도로 규모가 어마어마하지요. 이런 가치를 인정받아 200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올랐으며 매년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어요.

중국의 유명 관광지이자 문화유산인 윈강 석굴. 최근 이곳이 화장실로 주목받고 있어요. 관광지 내 화장실 칸 위에 타이머(시간을 재는 기계)가 설치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지요.

미국 CNN 등 외신은 “중국의 명소(이름이 알려진 장소)인 윈강 석굴의 화장실 칸마다 사용 시간이 표시되는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 타이머가 설치됐다”면서 “화장실 칸, 문 위쪽에 설치돼 있으며 밖에 있는 사람은 칸 안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오랫동안 화장실을 사용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최근 보도했어요.

이곳에 설치된 타이머는 화장실 칸이 비어있는 경우 LED 화면에 ‘비어있음’이라는 의미의 단어가 녹색으로 표시돼요. 사람이 화장실 칸에 들어가 문을 잠글 경우 붉은색으로 시간이 측정되기 시작해요. 이후 칸의 잠금 장치를 해제하고 나올 때까지 시간은 계속 표시되지요.

이 같은 타이머가 설치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윈강 석굴을 찾는 관광객이 최근 크게 늘면서 심각한 화장실 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 관광객은 계속 밀려드는데, 화장실은 한정돼 있으니 줄이 길게 늘어지는 등 혼잡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요. 이에 타이머로 일부 관광객들이 화장실을 지나치게 오래 쓰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지요. 또 화장실 칸 안에서 사람이 쓰러지는 등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타이머가 설치됐어요. 관광지 측은 “타이머는 시간을 기록하는 용도로만 쓰이지, 일정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경고음이 울리거나, 사용자를 밖으로 쫓아내지 않는다”고 밝혔어요.

하지만 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많아요. 화장실에서 얼마나 머무르는지는 개인의 선택인데, 이를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 하는 건 심각한 사생활 침해(침범하여 해를 끼침)라는 것. 또 타이머로 인해 사용자가 쫓기듯이 화장실을 써야 하는 게 부당하다는 지적이 잇따라요. 

▶어동이 나는 화장실에 이런 타이머를 설치해도 좋다고 생각해.

유명 관광지의 경우 하루에도 수많은 관광객이 오는 곳이라 화장실도 매우 혼잡하잖아. 그럴 때 이 타이머가 혼란스러운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거야. 예를 들어 문을 직접 두드려보지 않아도 자리가 비었을 경우 ‘비어있음’이라는 글자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기에 바로 이용할 수 있지. 또 이 타이머를 통해 불필요하게 화장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도 있으므로 화장실 혼잡도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

▶어솜이 나는 화장실에 이런 타이머를 설치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화장실에서 볼일 보는 시간이 남들에게 공개된다는 것 자체가 사생활을 침해받는 행위야. 내가 원하지 않는데도 이 시간을 타인이 보도록 하는 건은 매우 불쾌한 일이잖아. 만약 밀려드는 관광객에 비해 화장실이 부족하다면 타이머를 설치할 게 아니라 적당한 위치에 새로운 화장실을 추가로 건설하는 게 더 근본적이고 확실한 해결법이야.

▶어린이동아 권세희 기자 ksh0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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